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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체 289건)
소파 닮은꼴
소파 닮은꼴 김복희 재활용 수거장 옆에남루한 소파가 앉아있었다. 힘겹고 막막한 삶의 무게에 눌려푹 내려앉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한때는 푸른 잎처럼윤기 자르르 흐르던 몸매가여기 저기 닳고 닳아 가슴 찢겼네.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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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힌 것들에 대하여
잊힌 것들에 대하여 송병호 점점 단단해지는 풋것들로여름이 출시된다주 종목은 목줄에 매달린 KF94 마스크콧등에 걸치고 간다챙 모자를 치키고 이마를 훔치고 호흡을 고르고백사장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손 선풍기와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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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리 습지* 말똥게는요
전호리 습지* 말똥게는요 박미림나 그냥 여기서 살래요비록 말똥 냄새나는 몸이지만내 집은 여기 전호리 습지예요나 그냥 여기 살래요당신들보다 먼저 터 잡고당신들보다 먼저 재두루미 다녀간 것을 알고당신들 피해 밤이면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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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경계 하영이 성당을 중심으로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성당 옆 묘지*에 생화 몇 송이금방 누군가 다녀간 듯꽃잎이 생생하다 잎 다 떨군 가지는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동면하지만우리는 . . . 묘지와 집이 공존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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좽이 던지는 당신에게
좽이 던지는 당신에게 최종월 당신의 실수에 대해 다시 정리해 봐요 내가 당신의 목표물이 되어 그물에 걸렸을 때 꼬리 자르고 숲으로 숨어드는 도마뱀 살아남기 법을 사용했어요 성공했지요 등 뒤에서 울리는 축포를 들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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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김동진 나는 산 너머에 귀를 열고겨울 하늘이 하는 말을 듣는다 이 겨울하늘은 흰 나비 떼로 느리게 무너져 내린다참 순하게 잘 빚어진 언어들이다 풀색으로 대지를 덮어 생명을 움트게 하고푸르디푸른 숨소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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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의 나라  -소광리 금강 소나무숲에서
기둥의 나라 -소광리 금강 소나무숲에서 이준섭 검붉은 기둥들이 우뚝우뚝 솟아있구나검푸른 꿈물결이 일렁일렁 출렁이는구나내 나라 새집 지을 기둥들쑥쑥 쭉쭉 자라는구나 반만년도 더 높이높이 솟아오르는 기둥의 나라하늘 닿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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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출처
관계의 출처 권영진 미뤄온 신발장 청소를 시작한다세 식구 구두, 운동화, 샌들 한 무리가각자의 보폭에 맞게 한걸음씩 걸어 나온다 반려견이 물고 나온 짝 잃은 슬리퍼도 합류하는 발걸음 몇 해 전 306보충대 연병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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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같은 산들
파도 같은 산들 김박정민일렁이는 파도 같은 산들운해를 머금은 산들은영락없는 바다 모습 하고 있다 저곳은 파도가 굳어버린 화석 같은 바다다 금방이라도 출렁이며밀물로 다가올 것 같다 자연스런 저 산들은오늘도 태연하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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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힘
바람의 힘 김일순 행선지 불투명한 검정 비닐꽃 몸살 앓던 나뭇가지에 걸터앉았네 선잠 깬 꽃몽우리 파르르 떨며얼떨결에 둘러쓴 히잡 같다 평화를 흔들어 놓은 것이어디 나뭇가지뿐이랴 치맛단 짧아진 딸애 길 바람 나고볕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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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부부 박완규 당신은 미온수입니다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뜨뜻미지근한 물 맵지도 달지도 짜지도 않은민물도 바닷물도 아닌당신은 맹물입니다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없이머뭇머뭇 애간장 녹이는장마처럼 지치게 하는양파처럼 벗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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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에서
창경궁에서 민서현 오후 다섯 시는젊음이 개찰되지 못하는 시간 나보다 더 살아낸 그가사 개월 차이로 할인받았다며 너털웃음이다남들은 늙음을 거부하지만 그는 나이를호사라 여기며 퇴락한 왕조의 뜰을 걷고 있다 검버섯 낀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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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서상민살과 뼈를 태웠다발바닥에 박힌 못이 태워지지 않았다임진강 물결에 아버지를 보내고 왔다 오후 다섯 시의 태양이 풍화하는 빈방에는오후 다섯 시의 기울기가 산다빛 속으로 모여드는 먼지들은빈방의 기울기를 이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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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예찬
논두렁 예찬 민진홍어제 우리 벼 베기를 끝냈다한가한 오늘 습관처럼 들로 나간다동네 형님이 새참을 시켰는지막걸리와 계란 후라이를 내놓고 있다막걸리 몇 잔이다방 언니의 어설픈 웃음소리에 섞여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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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을 찾다
내 편을 찾다 윤옥여음력 팔월 열나흘 새벽바퀴들의 열기도 사라진 도로를싸늘한 마음이 달린다 검은 도로를 희석시키는 안개와안개의 무리를 뚫지 못하는 달빛이속도가 붙은 차의 꽁무니에 매달리고 어슴푸레 강물 위에서 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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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맨발 안석붕 직립을 버리고 그림자와 하나가 된그가 흰 천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두꺼운 각질에 덮인 그의 발바닥은그가 걸어온 길을 복사한 듯사방으로 갈라져 있다 지난 생의 민낯을 드러낸 발엄지발가락으로 허공 어딘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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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릉산
장릉산 유동환 태백준령 남단 촌출 눈에산이랄 것 하나 없고나주평원 끝 배미 촌놈에게는들이랄 것도 없는데 한쪽 뿌리 잘린 어금니 닮은 땅, 김포강제 발치로 섬이 되고 말았어 고요가 숙면을 부른다는 낭설로유산이란 겉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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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에도 가장 밝게 보이는 달이 있어요
제 눈에도 가장 밝게 보이는 달이 있어요 이정훈 당신을 피해 공원으로 가야해요가로등에 매달려 있는 달은 부풀고저는 그 주위를 맴도는 위성을 하나 잡아 시를 써요 공원에 여러 개의 달이 뜨는 밤이예요나방은 미련하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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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골목
먹자골목 이재영 플라스틱 간판들이 하나둘리드미컬하게 불을 켜면,움츠린 어깨와 초조한 주름살이야합하며 스며드는 저곳, 골목의 두께만큼 오래된 사람들이눅눅한 술집에서 통증을 삼키는 술잔마다언제 적 약속과, 익숙하게 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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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 끼고 안아줄래(동시)
깍지 끼고 안아줄래(동시) 이준섭 (김포문인협회 초대회장) 길 가다 빵집 찾아 문득 달려가는 종승이달려가 깍지 끼고 안아주면 안 가지요안아주는 사람 없어 기다렸다는 듯깍지 끼고 꽈악 안아주면 안 가지요종승이도 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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