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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저곳

     바다, 저곳

                                    이재영

 

파도가 실종된 바다에

내 살찐 권태를 널어놓고,

 

지난 시간만큼 접히고 꺾여

왜소하게 남겨진 희망도 걸쳐보고,

 

부유하는 삶의 옹색한 흔적을

때마침 은근슬쩍 버려도 보는데 ,

 

시퍼렇게 질린 바다에게

겹겹이 멍든 꿈까지 품어 달라면서,

 

정작, 바다를 여는 문이 어디냐

나는 감히 묻지도 못하고

 

(김포문학 39호, 253페이지, 2022년)

 

[작가소개

이재영  전문MC. 전문 낭송가.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회장 역임. 한국예총 김포지회 부회장. 김포시낭송협회 대표.

 

[시향]

 최선을 다한 삶이든 그러지 못한 삶이든 우리가 마침내 받고 싶은 것은 위안일 터이다 끝없는 바다, 더 푸르고 맑은 하늘,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풍경들에서 후회나 회한에 대한 목마름이 해갈되기도 한다 시인은 끊임없는 더하기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바다를 찾았다 ‘파도가 실종된 바다’라고 진술하므로 먼 바다로 나간 것은 아닌 듯하지만,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일까!

 삶의 체증(滯症)을 내려놓고 싶어 더께더께 누적된 삶의 권태를 바다에 널어놓는다 “지난 시간만큼 접히고 꺾여/ 왜소하게 남겨진”, 한때 창공을 찌를 듯 부풀었던 희망도 바다에 걸쳐놓는다 어딘지 안정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의 옹색한 흔적마저도 은근슬쩍 바다에다 부려놓는다

 사철 푸른 바다지만, 자신의 심정을 다 듣고 바다가 시퍼렇게 질렸다고 생각했을까 그런 바다에게 시인은 심연에 “겹겹이 멍든 꿈까지 품어달라” 말하고 싶지만, “정작, 바다를 여는 문이 어디냐/ 감히 묻지도 못”한다

 누구라도 대자연 앞에 서면, 자신의 모든 회한(悔恨)까지도 다 들어줄 것 같지만, 때로는 그 무한함에 압도되어 자신의 옹색함만을 자각하게 되고 속엣말을 다 꺼내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글 : 박정인(시인)

 

이재영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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