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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방울에 대하여

   물의 방울에 대하여

                                             김동진

 

밤새 소리를 내며 내리던 비가 아침 되자 그치더니

나뭇가지에 거꾸로 앉아

소리 사라진 방울이 된다

 

그래서

물의 방울은

성대 잃은 비의 아픈 상처이기도 하다

 

어쩌면 방울로 매달린 물은

공중을 나는 새들의 두근거리는 심장이며

갓 태어난 생명들이

새 세상을 맞은 환희의 표정인 것이다

 

조금 다가가서 방울을 들여다보면

건들면 탱글탱글 소리로 튀어 내릴

오선지에 매달린 4분음표이고

여러 색깔을 짊어지고 무겁게 기어가는

무당벌레의 잘 익은 등이기도 하다

 

지금

물의 방울은

내려다보이는 땅이 무섭다

글썽이는 방울의 눈동자를 보면 안다

 

(김동진 시집, 『다시 갈 변곡점에서, 사색의 정원 시인선 8. 2016)

 

[작가소개]

김동진 전남 순천 출생. 순천고등학교,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동아제약 20년 재직. 월간 『문예사조』신인상 등단(2005년). 시집 『늦해바라기의 사랑』『숨소리』『다시 갈 변곡점에서』. ‘숲’ ‘시쓰는 사람들’ ‘자연문학회’ 등 동인 활동, 다수의 동인 시집 출간. 김포문학상, 김포문화 예술인상 수상. 한국예총김포지부 이사, 한국문인협회김포지부 회장, 경기도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현)한국문인협회 남북교류위원. 김포문인협회 고문. 경기도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작가 중앙위원.

 

[시향]

 밤새 요란하게 내리던 비가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아침이 되자 ‘소리 잃은 물방울’로 맺혔다 이 부분에서 시인은 맺힌 물방울들을 ‘성대 잃은 비의 아픈 상처’로 보고 있다 더구나 매달린 물방울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심상은 ‘공중을 나는 새들의 두근거리는 심장’에까지 이른다 지난밤까지도 비는 새처럼 공중을 날아다녔기 때문이다   갓 맺힌 물방울을 인생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청춘들의 시선에 버금간다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물에 대한 시인의 시선이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해 가는 시점이다 그의 심상은, 인간의 윤회처럼 ‘갓 태어난 생명들이 새 세상을 맞은 환희의 표정’으로까지 깊어진다 건드리면 탱글탱글 소리를 내며 튀어 내릴 오선지 위의 4분음표로도 보인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들은 어쩌면 무당벌레가 햇빛의 색깔을 프리즘처럼 짊어지고 기어가는 모습과 같다고도 본다 자연물인 물방울에게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제 늙어버린 물방울들은 내려다보이는 바닥이 무서워진다 떨어지기 직전, 글썽거리는 물방울들의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섬세한 눈썰미인가! 활물화를 통해 시인은 끊임없이 무생물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글 : 박정인(시인)

김동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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