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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체 185건)
(수필)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수필)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남궁금순 할머니는 여전히 남들은 기계로 논도 갈고 사료도 안 사고 여물을 썰어 먹이고 있으니 아유 답답해, 하며 구시렁대기만 했다. 할아버지는 들은 체도 않고 이가 빠진 낫을 쇳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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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 생각
국자 생각 최종월 끓는 냄비 안으로 들어간다 우물 깊이 두레박이 내려가 하늘 길어 올리듯망설임 없이 묵묵히 퍼 담아준다두레박이 품은 서정이 국자는 없다고 생각하지 마라하늘이나 별, 구름이나 달이 아닌 것은 서정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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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스터
클로이스터 백향옥 닫힌 문이라고 생각할 때 문은 열리지 않는다 먼지 쌓인 낡은 벽을 밀면 문이 열리고 회랑에 둘러싸인 오래된 정원에 이른다 이곳은 무덤과 우물이 있던 곳 집필실과 기도실을 오가는 흔들리는 등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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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양소연 그녀들은 그 안을 기어들어 갔다 기어 나온다거칠게 얽어진 거적때기를 끌고누구에게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허리를 구부리고 무릎을 꺾으며 동굴의 입구를 통과한다열기가 그녀들의 손목을 끌어당긴다허리를 껴안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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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목에는 빨간 마후라를 - 삼수농장에서
곰의 목에는 빨간 마후라를 - 삼수농장에서 최병호 벨라, 모스크바의 하늘에도 염소자리가 바람이 넉넉한 자리에 떠 있으면 좋겠소이곳 삼수농장의 양들이 따스한 햇볕 아래서 풀을 뜯을 때 내는 소리는 천국의 소리 같소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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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매미 최명심 골목 느티나무가 운다저 안에는 얼마나 많은 목청이 저장되어 있을까제 몫을 다 토해내야 여름은 갈 것이다 밤낮으로 퍼내도 끝이 없는 소리느티나무의 울음도 말복이 지나자 말라간다 그늘 아래 툭,떨어진 매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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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茶毘)
다비(茶毘) 박소미 아버지가 불의 목구멍을 넘어가고 있다가슴속 누름돌과 천불이 몸을 섞는다심장이 타들어 가고 경첩 박힌 허리와 울대를 불의 혀가 핥는다혼기 놓친 딸의 가슴에도 벌불이는가놀란 그처럼 불 머리가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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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폭포 박정인 물이 하얗게 피어한 다발 꽃이 되었다 저를 내던져 한 소리 얻기까지꽃의 비명이 새하얀 꽃대를 늘여소沼의 화병에 온몸으로 내리꽂힌다 한번 거꾸로 처박혀 본 물에서는 순종의 향기가 난다재갈을 문 듯 고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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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당신
아직 오지 않은 당신 서상민 당신이 오기 전, 나는아직 오지 않은 당신을 만나고 있습니다아직 오지 않은 당신은말이 없고눈이 먼 데 있고손톱을 깨물며 사방을 두리번거립니다잎 하나만을 벌려놓은 백목련 꽃잎 위로나비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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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바늘
도깨비바늘 박위훈 바람이 자라는 무릎이 있다벼 벤 자리가 철새를 불러 앉힌다농로 따라 늘어선 콩꼬투리마다 연두 비린내를 벗는다사라진 저녁 종소리에 손을 모으던 새 떼가노을의 부스러기를 물고 어스름의 뒷문을 두드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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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지점
충돌 지점 최현우 시간의 살은 언제 갈변하는가 읽으려던 책 말고읽었던 책이 불쑥 책기둥 복판에 끼어 있을 때잊었던가, 잃었던가하물며 저기어느 날 영혼의 앞뒤를 바꾸었던 문장이 있었는데 그저 그렇게처박혀 있는 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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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유기견 민서현 장맛비 지나간골목길에서 유기견을 만났다 한뎃잠이 길어져 덥수룩하게 자란눈동자를 반쯤 덮고 있는 엉킨 속눈썹움푹 꺼진 눈시울이 붉다 주머니 속 동전처럼 딸랑거리던 꼬리는어미 손을 놓쳐 허방에 빠져 있고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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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구멍가게
시인의 구멍가게 심상숙 영랑슈퍼 영랑맨션, 그리고 영랑여관죽은 시인의 이름으로 새우깡을 팔고여관 빈방 열쇠를 내어주고죽은 시인의 이름이 살아있는 자의 어깨를 부추기는 거리 붉게 피어나기까지모란은 회색 뼈 모진 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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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의 춤
보헤미안의 춤 안기필 손가락 마디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다 심장을 녹이는 중이다묵언 중이다 자물통이 무겁게 내려앉더니두 개의 눈꺼풀에 하얀 액체가 고여있다움직일 수 없다무거워 미동도 없이 실눈을 뜬다나뭇잎에 가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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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여기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주목! - 사람들은 악해.주목! - 사람들은 선해.주목하는 동안 황무지가 만들어지고,쉬는 동안 피땀 흘려 집들이 지어져.그리고 사람들은 그곳에 재빨리 정착하지. 이 땅 위에서의 삶은 꽤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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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
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 송병호 낙하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쓸쓸하다 수백 번은 아니라도수십 번 서성거렸던 골목 간이주점 그리고중앙도서관, 갈피 잡지 못할 때한 뼘씩 커가는 해그림자에나는 낯선 이방인이었다 황무지에 싹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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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저곳
바다, 저곳 이재영 파도가 실종된 바다에내 살찐 권태를 널어놓고, 지난 시간만큼 접히고 꺾여왜소하게 남겨진 희망도 걸쳐보고, 부유하는 삶의 옹색한 흔적을때마침 은근슬쩍 버려도 보는데 , 시퍼렇게 질린 바다에게겹겹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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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어깨에는 각이 살고 있다
오른쪽 어깨에는 각이 살고 있다 정진혁 나는 어느 생의 방파제에서 떨어졌다실업이 자꾸 나를 밀었다어깨를 가만히 세우면 어긋난 각들이 살 속을 파고들었다떨어진 어깨에 모난 말들이 터를 잡았다 깨진 것들은 왜 타인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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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하운시인길
한하운시인길 박미림 김포공원묘지 승가로 58번길명예 도로 한하운시인길때 이른 잠자리 흥겹게 날아피안의 길을 인도한다하운 노랫소리 서럽게 스러진다가늘고 긴 바람이 이정표에 잠시 쉬어간다천형天刑보다 더 아픈 고문의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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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받은 날
초대 받은 날 최종월 초대 받은 날인 걸 잠시 잊거나 자주 잊었다 풀밭에 앉아 쑥을 뜯는다연한 쑥 줄기를 싹둑 자르는 모순하늘 보며 편안하게 숨 쉬는 자유살구나무에 꽃등이 매달리고목련꽃이 별이 되어 내려오고조팝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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