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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체 127건)
풀물이 드는 오후
풀물이 드는 오후 우남정 발동기가 괴성을 지르고 있다공원 구석구석 풀숲을 헤집고 있는노란 작업복 사내의 등에서 파란 점액질이 출렁거린다 이름을 물어보고 근황을 챙길 겨를도 없다씨앗을 맺은 꽃대가 쓰러지고넌출 밑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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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들의 어두운 물속 지도처럼
물고기들의 어두운 물속 지도처럼 심상숙 흰두루미가 갈대숲을 흔든다푸드득, 물의 뱃속에 흰 날개를 빠뜨린다두루미가 물 위를 한 바퀴 돌아나갈 때못가 나무들 차례차례 줄을 선다 흰 날개가 뚫고 지나간 허공 속으로숲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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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는
내 자리는 김순희 조금은 떨어진 곳에내 자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파도 부딪치는 갯바위보다창 너머로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물속에서 헤엄치기보다흐르는 물 따라마음을 흘려보낼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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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린 집 3
꿈에 그린 집 3 채련 초지대교를 건너면산바람과 갯비린내 어우러져 톡 쏘는 신선한 기류가 흐른다 고구마, 인삼밭 사이로 신비의 마법에 걸려 스치면하늘이 닿은 덕정산을 병풍 삼아 펼쳐진 한 폭의 수채화문향의 갈고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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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청갓
얼청갓 유영신 점 하나가떨어졌다시멘트 마당 틈새갓 씨가 날아와 자리를 잡았다햇빛과 별빛을 보며 빨리 크고 싶었다투실투실한 살갗에보랏빛 물이 들고 키가 한 자쯤 컸다자라면서 줄기와 잎맥이 도드라져까칠한 듯 은은한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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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초(望草)대 승첩
망초(望草)대 승첩 채움 깃발이 펄럭인다비탈길 가장자리와 공터에 즐비한 저 환호성볕의 갈채 뜨겁다다른 풀들이 무성했던 자리에 언제 쳐들어와고지를 점령하고깃대를 높이 들어 올렸을까 저 열렬한 태도에사방의 눈들이 모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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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坐中花園(꽃밭에 앉아서)
坐中花園(꽃밭에 앉아서) 최한경(崔漢卿) 座中花園 (좌중화원) 꽃밭에 앉아서瞻*彼夭葉 (첨피요엽) 요염한 꽃잎을 보네 兮兮美色 (혜혜미색) 아름다운 빛깔은云河來矣 (운하래의) 어디에서 왔을까灼灼其花 (작작기화)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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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별을 입히다
그녀에게 별을 입히다 박소미 그녀와 나란히 네일아트에 간다맞잡은 그녀의 손, 너덜겅 훔치던 손등이 자울자울하다나는 손톱에 즐거운 파란을창창한 분홍을 상상한다 가장 아름다웠던 그녀의 봄날로 가고 싶다검버섯의 하늘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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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다
둥글다 이명옥 정겨운 것은 모나지 않다둥글게 둥글게 나를 위무한다 물빛 마음이 그렇고하늘빛 웃음이 그렇고물수제비뜨는 돌멩이도 그렇고물방울꽃 번지는 말간 호수도 그렇다모두 다 둥글어서 부딪힘이 없다 달빛 털어내는 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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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김동규 청춘 꽃 한 아름 안은물오른 소녀는 꿈이 있었을까 한쪽 젖은 아들에게한쪽은 시동생 물리고새벽밥 짓던 새댁의 가슴에는김 따던 검푸른 바다도 품었을 터 무딘 손톱 하늘 향하고가지 많은 나무의 부대낌에청춘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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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의 향기 -권정생 작가
빌뱅이 언덕의 향기 -권정생 작가 권영숙 칡꽃향이 옹차게 부신 날 〮김실아여기 와보게이 신문 한 번 봐라정생이가 극구 유명한 줄 몰랐다내 옆에 살았지만 극구 유명할 줄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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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 민영욱 소를 보면 당신이 생각납니다해남 끝 작은 마을에서소처럼 일만 하다 가신 당신 날렵하던 허리는 소의 등처럼 휘고선비같이 곱던 손톱이소의 발톱처럼 갈라지고두꺼워졌던 당신 삶의 무게가검은 먹구름같이 몰려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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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아 놓으면 문(門)은 벽이다
닫아 놓으면 문(門)은 벽이다 오강현가슴도 모르는 사이에몸 곳곳에서 눈물이 흐른다 하루 내내 눈을 감고 있으니아침도 없고 낮도 없다 내 방의 문(門)은 몇 개일까꽉 닫아 놓은 문(門) 하나에내가 갇혀 있다 스스로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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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 -도서관
공동묘지 -도서관 임경순삶들이 매장된다일련번호가 덧씌워진 빼곡한 틀묘비명을 훑어본다시 소설 수필끼리끼리 봉인된 이름들얇거나 두꺼운 유서가 될 것들이바코드 염을 마친다빛바랜 고전부터 현재진행형포스트모더니즘까지 신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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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조종대 행간의 시간들 속에 바람이란 꿈이 있었기에희망을 노래하며 오늘을 살았다 외로움과 쓸쓸함은 내게 하루를 묻고 또 하루를 탄생시킨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고난과 도전의 시간만이 존재한 내 삶은마음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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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택의 종부
종택의 종부 신혜순 죽림리 대수마을 권씨의 종부가 작년 돌아가셨다그래도 마을 종택은 방문객을 받아 종가집을 구경했다자그마한 종부사진조금 큰 키인 우리도 올라가기 벅찬데오르락내리락 돌계단에 오르내린 시간 윤기가 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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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 호텔
프로크루스테스* 호텔 김부회찬바람이 바지랑대에 걸려있다날아간 새 몇 마리의 하늘을 훨훨 걷어내면까만 허공에 그들, 어둠에 널어둔빈한한 가계의 내력이 휑하니 펄럭거린다쪼그라든 등을 겨우 냉골에 붙일 때쯤한 뼘 복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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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의 봄
마네킹의 봄 이규자 마음만 봄이다거리는 온통 검은색 물결봄바람은 느리게 불어오는데 앞서가는 백화점은 초록으로 가득하다길거리캐스팅에 실패한 봄몸값이 비싼 마네킹을 캐스팅했다계절 사이에서 주춤거리는 신상품마네킹이 유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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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무죄 권혁남뻔뻔스럽게 누워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사회복지사 대체근무 안내이다기다리지는 않았다목소리만으로는 나이를 짐작 못 하는 듯독설처럼 나이를 묻는수화기 저쪽 명랑한 표정이 사교적이었다빌려온 마음같이 일상적이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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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에 가닿는 중이니
어느 별에 가닿는 중이니 방윤후 얘야, 뒤돌아보지 말고 환한 불빛 따라 쉼 없이 가렴 한때 네가 착지했던 지구는 너무 혹독했구나 양평의 공원묘지 액자 속은 아직도 무중력이란다 무수히 빗발치는 애도도 너의 눈동자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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