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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연못  

           숨은 연못                     

                              조정인

밤이면 별과 달이 잠기는 연못.

목마른 고라니가 물 마시다 
별 하나쯤 삼켜도

여기 있다며,
손바닥을 펴 보이는 연못

물풀에 가려져 아무도 모르는
개구리 연못을 다녀온 후,

내 가슴 한복판에

동그랗게 눈뜬 연못 하나 있다

(《어린이와 문학》2022년 봄호)
(《동시마중 》동시선집, 동시마중 2022)
 
[작가소개]
(조정인 김포문예대학 강사역임, 창작과비평으로 시 등단, 지리산 문학상 등 수상, 시집 『사과 얼마예요』외 다수, 동시집 『웨하스를 먹는 시간』외, 


[시향]
  골짜기에 연못 하나가 있습니다. 밤이면 고요한 연못에 별과 달이 잠기고 목마른 고라니가 물 마시다 별 하나쯤 삼켜도 여기 있다고 손바닥을 펴 보이는 연못, 풀숲에 가려져 아무도 모르는 개구리 연못을 다녀옵니다. 
  지금 밖에는 혹한의 날씨에 눈이 쌓입니다. 발을 넣으면 푹  빠져 들었을 그 연못, 개구리는 땅속으로 겨울잠에 들었겠지요. 소금쟁이도 보리 잠자리도 번데기나 애벌레도, 새뱅이 미꾸리 장어도 지금쯤 연못 바닥으로 숨을 거둔 듯, 숨을 가두고 있겠지요. 천지사방은 얼음 눈밭이어서 연못은 안으로 꽝꽝 문을 닫아걸고, 숨을 거둔 듯 엎드려 있겠군요. 봄의 전령을 고대하며 숨을 거둔 듯 제자리를 버티어 내는 일, 제자리만 지켜도 숨을 가두어 자신과 세계를 구원하는 극복입니다.
  시인의 가슴 한복판에는 연못 하나가 있습니다. 한겨울 추위라도 언제나 눈을 뜨고 있는 연못이 있습니다. 작지만 넉넉한 연못은 푸르게 고여 있어 가슴은 언제라도 목마른 고라니가 내려와 물을 마실 수 있고, 떠다니는 별 하나쯤 삼켜도 여기 있다고 손바닥을 펴 보이는, 물풀에 가려져 아무도 모르는 동그랗게 눈 뜬 연못 하나가 가슴속에 정말 아무도 모르게 말갛게 고여 있는 것입니다.
글: 심상숙(시인) 

조정인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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