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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길

          봄 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인의 ‘봄길’)

 

[작가소개]

정호승 시인, 1950년 경남 하동 출생,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당선,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등 수 많은 시집을 발표함, 『연인』 『항아리리』등 소설 발표함,

 

[시향]

필자는 오늘 이진숙의 ‘김포북돋움’ 방송을 듣고 정호승의 “봄 길”을 말하게 된다. 밖에는 이미 봄이 지나가고 있다. 신록이 무성해지는 계절 기다리던 봄은 왔다가 어느새 가고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고, 사람이 길이 된다고, 길이 되는 사람, 아름답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고,

스스로 봄 길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길이 된 그 사람은 스스로 봄 길 되어 끝없이 걸어가고 있다고,

강물은 흐르다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온 세상이 멈추어 강물이 멈추고, 새들이 돌아오지 않고, 세상의 모든 꽃잎이 흩어져 버린다 해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고, 정호승의 명시는 읽으면서 낭송하면서 그대로가 시(詩)라는 것을 절감하게 할 뿐이다.

길이 끝나고 없어도 내가 길이 되는,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세상이 모두 멈추어 사랑이 끝난 자리에도 사랑으로 남아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 눈물이 난다. 이렇게 말하면 아니 되겠지만, 봄 길이 아니라 시쳇말로 시체의 길이다. 아름다움이 아니라 분명 억지의 길이다. 그리하여 정호승의 시의 노래들은 그 어느 지경에서도 정녕 아름답고 숭고하기 그지없다.

글: 심상숙(시인)

 

정호승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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