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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하(鹽河)  

             염하(鹽河)       

                                      김연근

토라진 아내를 달래려 길을 나섰다
오랜 적막은 라디오를 켜고
DJ가 들려주는 풋노래를 들으며 강화로 간다

문수산성에 올라 염하 건너 갑곶나루를 바라본다
외적들과 여러 목적으로 싸웠던 이곳에
아무 목적 없이 싸운 아내와 내가 앉아 있다
아내는 내가 변했다고 말했고
나는 염하도 변함없는 바다인데
강처럼 보인다고 말해주었다

위장색이 벗겨진 강화교 해안초소에는
해병 대신 얼룩 고양이만 졸고 있었고
더 이상 신의주로 가는 배는 오지 않았다

밴댕이 속 같은 지갑을 털어
아내가 좋아하는 냉면을 사주고
서문삼거리를 지나
연무당 옛터 개천 길을 따라 걷는다

해를 따라 서운함도 지고
늘어선 돈대를 끼고 집으로 가는 길
아내가 들려주는 익숙한 이야기를 들으며 간다
( 김포글샘 42쪽, 김포문예대학, 2023)

 [작가소개]
(김연근 김포문인협회회원, 김포문예대학 제22기, 24기 수료)

[시향]
  시인은 아내와 길을 나선다. 무슨 일인지 오랜 적막이 흐른다. 라디오를 켜고, DJ가 들려주는 풋노래를 들으며 강화로 간다.
  문수산성에 올라 염하 건너 갑곶나루를 바라보는데, 생각하니  “외적들과 여러 목적으로 싸웠던 이곳에/ 아무 목적 없이 싸운 아내와 내가 앉아 있다” 문수산성은 그때마다 외적들과 싸워내야만 할 필연의 목적이 있었던 이곳에 별다른 목적 없이 싸운 아내와 시인이 앉아 있다고 한다. 아내는 시인이 변했다고 말하고, 시인은“염하(鹽河)”도 여전히 변함없는 바다인데 강처럼 보일 뿐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해준다.
  얼룩덜룩 군용 색깔로 칠해졌던 칠 벗겨진 강화대교 해안초소에는 해병은 없고 얼룩 고양이만 졸고 있는데, 더 이상 그날의 신의주로 가던 배는 오지 않는다는 세월의 흐름을 말한다.
  가장인 시인의 수입은 뱅킹 처리되어 이미 아내에게 전달되었으니 시인이 가진 많지 않은 얇고 좁은 지갑 속의 용돈을 전부 꺼내어 평소 아내가 좋아하는 냉면을 사주고, 강화산성 서문삼거리를 지나 건너편 군사들을 훈련 시키던 조련장, 강화도 조약을 서명했던 연무당 옛터의 개천 길을 따라 바람을 쐰다.
  하루해가 기울자 “해를 따라 서운함도 지고” 이제 늘어 선  천혜의 요새, 돈대를 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가 들려주는 평소에 귀에 익은 이야기를 들으며 평화로운 귀가 길에 오른다.
  시를 읽는 독자의 마음도 가족 간의 사랑을 넌지시 살펴 줌으로써 돌아보는 하루의 귀한 저녁이 된다.
글: 심상숙(시인) 
 

김연근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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