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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한 술  

    까치밥 한 술                 

                                    김동진

꼰지발 딛고 손 뻗어 
하늘 한 번 만지려는 소박한 꿈이
이 계절 끝자락에 매달려 있다

쓰디쓴 세월
그 시간들을 어루만지어
둥글둥글 가꾸어 온 정성이
하늘이 가장 가까운 손끝의 경계에
자리 잡아 멈추어 있다

지나온 길은 참 떫었다
독해지는 마음을 씻고 씻으며 걸어온 길
이제는 올려다보던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눈이 
빨갛다
둥근 마음도 다디달게 익어 
빨갛다

서리 내리고 바람 불어도
배고픈 새가 찾아와 한 끼 식사가 될 때까지
가지를 꼬옥 붙들고 있는 
한 공기의 밥

(시쓰는사람들동인집 제16집『골드라인, 먼 곳을 당기다』 2019)

[작가소개]
(김동진 한국문인협회김포지부 회장역임, 한국문인협회경인지부 부회장역임, 한국작가협회이사, 김포문화원이사, 김포문예대학 학장, 2022경기문학본상 수상, 시집『늦해바라기의 사랑』 『숨소리』 『다시 갈 변곡점에서』 『까치밥 한 술』외 동인시집 다수

[시향] 
  시인은 늦가을 열매를 다 따내어 텅 빈 감나무꼭대기를 올려다봅니다. 깨어질 듯 파랗게 시린 하늘 아래 남겨둔 홍시 몇 알, 그림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꼰지발 딛고 손을 뻗어 하늘 한번 만져보려던 가지의 꿈이 매달려 있습니다.
  자칫 꼭지가 돌아 바닥으로 나뒹굴 뻔한 공포의 계절을 견디고, 쓰디쓴 맛의 세월을 건너 둥글게만 가꾸어온 염원입니다. 그 결실이 하늘 가장 가까운 경계의 자리에 멈추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나온 길은 참 떫었다”
  독해지는 마음을 비바람에 씻어 헹구며 햇볕으로 자양분을 채워온 길, 이제는 올려다보던 하늘에서 숙연히 땅을 내려다봅니다. 푹 익은 다홍빛 마음으로, 둥글둥글 다디단 맛으로, 

  무서리 내리고 찬 바람 불어도 날아든 시장한 새에게 한 끼의 식사로 내어줄 그때까지, 나뭇가지를 꼬옥 붙잡고 있습니다. 한 공기의, 한 술의 까치밥 끼니가 될 때까지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기다립니다. 고요한 밤이면 찬별과 달이 머리 위에서 지켜주고 아침이 되면 배고픈 까치 손님을 맞을 생각에 까치밥 홍시는 더욱 붉어집니다.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동요 “설날” 부분, 윤극영 작사 작곡) 어느 고샅에선가 색동옷 입은 어린아이들 노랫소리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 아이들도 떫고 쓰디쓴 맛의 계절을 지나 푹 익어 빨갛게 다디단 맛으로 매달려 한술 까치밥이 되어 내어주기를 기다리는 날이 오겠지요.
글: 심상숙(시인) 

김동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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