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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강 - 참게 이야기

              조 강 
                  - 참게 이야기  

                                   박위훈

 

강의 품이 넉넉해 여럿 풀칠했다는 말

귀 아프도록 외할머니께 들었다는 조강祖江

 
가을이면 뻘의 발등을 타고 오르는 알배기 참게를

짚 가마니에 한가득 쓸어 담던 손속이

가문 기억처럼 아슴아슴하다는 보신암*을 아이는

보시람 보시람이라 불렀다

대남방송을 자장가 삼아 할미 무릎을 베면

나직이 귓전을 찰랑이던 강물 소리

집 떠난 이들의 설운 울음이라던 외할머니

산수傘壽의 물결에 휩쓸린 지 오래

 
참게도 가끔 해거릴 하는지

철책을 넘어 참게군단이 상륙한다는 보시람의 농에

이념의 굴레는 게딱지처럼 탈피도 않는다며

농 아닌 진담으로 되받으면

여여한 강물 출렁이며 맞장구치고

 
그해 겨울

성엣장에 포성까지 얹어 강을 건넌 아버지,

한 갑자 훌쩍 허리 굽은 도강渡江의 염원을

집게발로 물고 강을 넘노는 참게를

마냥 잡을 수도 없는


이 생애에는 왜 그리운 것들만 더디 바래지는지

애먼 바람의 옷자락만 움켜쥐는

 * 경기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祖江 인근 자연부락.
(박위훈 시집,『왜 그리운 것들만 더디 바래지는지』42쪽, 상상인 시선, 2022)
 
[작가소개]
박위훈, 한국문인협회 회원, 김포문예대학 강사역임, 김포문인협회 이사역임, 『문예감성』신인상(2013), 《경남신문》신춘문예(2020) 당선, 중봉조헌문학상 대상(2023) 수상, 문학동인 (달詩)·(반딧불이), 시집『왜 그리운 것들만 더디 바래지는지』외, 공저 다수

[시향]
  왜 그리운 건 더디 바래질까요?
조강祖江이 마음의 고향인 셈이죠. 대남방송은 유년의 자장가였고요. 라는 시인의 대답입니다. 조강, 참게 이야기 속에 김포가 있어 참 좋다는 독자들, 김포의 젖줄에 평화를 갈구하는 조강이 황금 들판을 먹여 살렸네요. 라면서 새로이 김포의 역사를 담고 간다는 독자도 있습니다.
  
  보신암을 보시람 보시람이라 부르던 아이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대남방송을 자장가 삼아 할미 무릎을 베면 
  나직이 귓전을 찰랑이던 강물 소리”
  외할머니는“강물 소리는 집 떠난 이들의 설운 울음”이라 했습니다.
 “이념의 굴레는 게딱지처럼 탈피도 않는다며”
 “한 갑자가 넘은 도강의 염원을 농 아닌 진담으로 되받으면
  여여한 강물 출렁이며 맞장구치고”
  
 “그해 겨울 / 성엣장에 포성까지 얹어 강을 건넌 아버지”
  
  한 갑자가 훨씬 넘는 우리의 염원대로 집게발로 조강을 넘나들며 노는 참게를 마냥 잡을 수도 없다는 시인의 마음, 내 안에 그리운 것들 그리 순순히 물러서지 않습니다. 그리운 것들은 간혹 가슴 뭉클하게 찰지기도 합니다. 

글: 심상숙(시인) 

박위훈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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