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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연                              

                               정문자

바람 부는 날
허공에 희망 하나 띄웠다
검지로 살짝 튕기면서
멀어지는 연습을 한다

가느다란 선으로 전류가 흘러
순간 놀라기도 하지만
바람의 지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바람의 지휘에 오류가 생기면
추락하다가 다시 공중 부양도 하지만
춤 솜씨가 좋아질수록 점점 멀어져 간다

돌아오기엔 너무 멀어진 모습을 보며
인연의 끈을 뚝 끊었다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라고

(『김포문학』 40호 259쪽, 사색의 정원, 2023년)

[작가소개]

정문자 김포문인협회이사, 김포문학상대상, 참여문학신인상, 동서문학상맥심상 수상

[시향]
정문자 시인의 시는 생활 시로 간결하고 진솔하다. 시 앞에서 가감이 없는 시인의 시선은 사물의 속을 훤히 드러내 보인다. 
“춤 솜씨가 좋아질수록 점점 멀어져 간다”
“돌아오기엔 너무 멀어진 모습을 보며//인연의 끈을 뚝 끊었다//자유롭게 훨훨 날아가라고”
나는 혹여 마음이 어려울 때면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연을 쫓는 아이』를 꺼내어 펼쳐 읽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나라(아프가니스탄)를 배경으로 한 내용이지만, 그 소년들의 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 눈물겨워진다. 나도 나의 연(鳶)줄을 끊어 내면서 “인연(因緣)의 끈을 뚝 끊어” 버리고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라고” 분명하고 통쾌하게 그어야 할 일도 있겠지만, 그쪽에서 날아갈 힘이 부족하면 나뭇가지에 걸리거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 나뒹굴 수도 있지 아니한가? 그리하여 그냥 내 마음의 방패연을 하늘바람 위로 높이 띄워 올려만 둔다. 삶의 끈은 하산이 수차례 유리가루 풀을 먹여 말려준 아미르의 연싸움 연줄보다도 훨씬 질기다고 해야 할까?
글: 심상숙(시인) 
 

정문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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