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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동시)

         겨울바람(동시)

                                  이한옥

 

씽씽씽 바람이

현관 앞에서

 

두 손을 호호 불며

문을 두드리네

 

바람이 집에 들어오면

우리 집 식구

감기에 걸린다고

엄마는 문을 꼭꼭 닫고

열어주지 말라 하네

 

잉잉잉 바람아

미안해

 

추워도 울지 말고

은지네 집으로 가봐

 

혹시 아니

그 집은 문을 열어줄지?

(김포문학 39호, 285 페이지. 2022)

 

[작가소개] 이한옥『열린 동해 문학』신인문학상 동시 부분 등단. 인천문인협회 회원. 김포문인협회 회원

 

[시향]

 가족이 감기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어머니가 당부한다. 바람아 “은지네 집으로 가봐”라고. 여기서 ‘은지네 집’은 아무도 모르는 은지네 집인 동시에 세상에 없는 은지네 집일 것이다. 어머니가 부르는 자장가처럼, 은지네 집이 근처에 있든 없든 상관없이 내 새끼 감기 걸릴까 봐, 바람에게 은지네로 가보라고 한다. “혹시 아니/ 그 집은 문을 열어줄지?” 어머니는 세상에 ‘그 집’이 있기를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집’으로 한번 가보라고 바람을 달랜다. 바람이 은지를 알 리가 없고 주소를 가르쳐주지 않았으니 은지네를 찾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설혹 은지네가 사는 ‘그 집’이 있다손 치더라도, 아무리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한들 선뜻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눈썰미 야무진 바람이 허술한 틈새를 찾아 들이칠 것이다 그럼에도 엄마는 바람에게 은지네로 가보라고 한다. 어머니 맹목의 사랑이 바람에게 말을 걸고 있다.

글 : 박정인(시인)

이한옥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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