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가을이 깊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마음도 숙연해지고 깊어만 간다.
언제나, 그리고 누구나 모두 이 가을을 맞이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해 한 해 가을을 만나고 물든 단풍을 만날 수 있음도 그윽한 기적이다.
행여 하루 인생으로 시름이 겨운 사람도 단풍의 그 마지막 아름다운 떨림과 빛 고운 색채에는 눈길이 끌리지 않을 수가 없다.

새싹의 봄과 천둥치는 여름장마를 견디고 살아남아 고운 색을 발하기까지 단풍이라고 그 우아함 너머의 고통이 없었을까!

멀리서 바라보면 그렇게 그윽하지만 고와 보이던 단풍도 자세히 보면 여기 저기 상처투성이다.
인간의 삶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남이 볼 때 원도 한도 없을 것 같은 인생이지만 본인이외에 알 수 없는 고통투성이 이기도 하다.
요즘 그렇게 사업이 번창하고 확장 일로이지만 홀로는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하는 고통을 들었다. 물질만능이라는 이 시대에 다 가지고도 불면의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삶은 그 자신이 아니면 모른다.

누구나 몸 아프고 맘도 아프지만 자신만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고 참고 사는 것이 인생 아닐까! 때로는 정리하고 싶어도 도저히 정리 할 수 없는 일 때문에 왜 살아있는지를 스스로 묻는다는 이들도 있다. 아침에 살아서 눈을 떴을 때 누구나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인생은 어쩜 매순간 자신을 넘어서는 고통과의 전쟁일지도 모른다.
아픈 고통 참아가고 넘어가며 아름답고 우아한 인생을 물들여 고운 단풍이 되듯이말이다.

몸과 마음이 아파도 인생이라는 율동에 맞추어 연기도 하고 환하게 웃기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가을 단풍은 우리네 삶의 근본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를 또 확인하고 내내 붙잡고 씨름하던 일들이 슬그머니 놓아지게도 한다.

세상사 노력해서 최선을 다한 다음에는 때로 미련을 갖지 말일이다. 억울해서 놓아버릴 수 밖에 없는 일들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놓지 못한 것들이 끝내는 병통이 되는 일이 많다.
죽음보다 더 진하게 놓지 못할 일이 그 무엇이랴!

우리들의 삶도 애절해서 더 아름답게 느낄 때가 있다.
생명의 마지막 벼랑에 온 잎새들이 그 모든 생명력을 다하고 그 고유한 색으로 찬연하게 살아날 때 그것은 단풍이 되고 우리를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우리가 단풍이라 말하는 한 떨기 꽃 같은 잎새들. 사람으로 치면 마치 마지막 정신적 압박감을 이긴 후 피어난 최고의 자기모습은 아닐까!

환하고 완연하게 자신을 드러낸 모습, 우리와 견주어 생각하다보면 그것은 엄청난 감동과 어쩌면 비장미까지 더해 준다.

사람도 저렇게 마지막 때에 가까울수록 더 타는 듯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정제된 색감으로 자신이 누구였노라고 빨갛게 정체성을 드러내 놓은 그 색과 빛처럼 당당하면 품위 있으면 좋겠다.

사람으로 태어나 단풍이 그러하듯이 그대로 세상에 색과 빛으로 드러나도록 그렇게 스스로 상처도 용서로 녹이우고 그 모습을 다 드러내놓을 수 있는 용기 있음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마지막까지 떨림과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가을 거리에 낙엽으로 뒹글 수도 있음을 알지라도 아직 나무에 달려있는 그 순간까지 그렇게 잘 익은 잎새로 미련이 없이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단풍이 들고 낙엽으로 낙화하여 수북하게 쌓이는 모습은 때로는 철들지 않았던 마음들도 자리를 추스르고 잠잠하게 잡아가게 한다

천지 자연과 인간의 만남, 그래서 각박한 이 지상에서 더욱 많이 해야 할 일중의 하나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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