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대표이사

어떤 이의 인생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삶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어떤 에너지들을 바라보면 더욱 그렇다. 요 며칠사이 교황과 한국의 에너지는 대단했다.

우리들의 도시와 그가 가는 곳곳마다 가득한 사람의 물결은 희망을 붙잡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의 소박하지만 절박한 기도였으리라.

교황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평화를 나눠주는 미소는 그냥 미소가 아니었다. 작고 힘없어 눌린 이 땅의 사람들과 그들의 어깨를 다시 추스르게 하고 큰 권력을 갖지 못한 작은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얼마나 건강한 것들이었는지를 확신하게 하는 힘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우리와 많이 달랐다면 우리의 감동은 조금 덜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은 승용차와 그의 미소는 잘 어울렸다.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보면 하도 억울한 세월도 많고 가슴을 열고 책을 써도 서너권은 더 나올 것이라는 이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런 이들을 위한 위로는 많은 언어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보이는 것 같아도 우리들의 인생은 빙산처럼 8분의 7이 물속에 잠겨있는지도 모른다.
알 것 같아도 알 수 없는 일들이 무수하며 자신 안에 있는 그 수많은 것들이 다 재어 질 수 없음 또한 사실이다.

올 들어 더할 나위 없이 인간이라는 허무와 절망의 집단적인 몸부림을 겪어야 했던 이나라의 어수선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가을 추석이 오기 전 다시 한 번 씻어냄의 역사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개온함이었다.

뼈아픈 상실의 경험을 딛고 새 살이 돋아나올 수 있는 마음의 토양을 북돋우어 준 것이 틀림없다.
우리들이 자신에게 있어서나 집단에 있어서 재발견의 시간을 가지면 가질 수록 우리의 삶은 더 진보해 나갈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 너머의 어떤 소중한 것과의 만남이 이어지리라 믿는다.

요 며칠 사이 우리의 삶이 교황의 환한 미소와 함께 때가 좀 벗겨진 듯한 느낌이 드는것은 큰 힘이며 신자와 비신자를 구별하지 않고 가지는 새로움의 품격이다.

우리들을 보고 그가 가장 많이 한 일은 부드럽게 웃고 손을 흔든 것이나 입맞춤들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로부터 오는 부드러운 엄청난 용기와 힘을 받아들이게 되지 않던가!

상실의 경험으로부터 애도의 되새김질로 세월호에 가 닿은 그의 시선은 참으로 고귀한 멈춤으로 보였다.
결코 희생자가 아닌 우리와 꼭 같이 생명을 누렸어야 할 가족들,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숯검뎅이가 된 이들과 동일한 노란 리본을 단 그 모습 하나에서도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같은 긍지와 힘을 느낀다. 다치고 상처받고 지쳤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세상의 많은 매듭을 푸는 모습만 같다.

이게 내 인생 일까 하면서 애통해 하는 가난한 이웃들을 향한 그의 시선으로 우리 많은 이들은 ‘소외됨’의 껍질을 벗어던질 용기가 난 것은 아닐까!

누구를 보아도 같은 느낌으로 대하는 그이의 용기는 진정 신의 현존 속에서 바라보는 진정성아래서 가능한 것이었을 거다.
정체가 모호한 삶으로 가득한 것 같았던 몇 달간의 시름이 어찌 한 컷에 녹을 수 있을까만 새로운 인생실험은 다시 가능해져야 한다.

마치 미친 바람이 불고 태풍이 불던 밤은 지속될 수 없고 잠시의 일이었던 것과 같다.
우리 인간 본연의 참신함과 건강을 만날 수 있는 세상과 사람들이 활보하는 거리를 상상한다.

그는 분명히 노인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피부의 그를 만나 그렇게 그를 보고 열광한다.
기품 있는 노년의 아름다움으로 30대 40대 20대들이 그이에게 사로잡히고 그에 대해 궁금해하고 닮아가고 그를 읽고 싶어한다.

그렇게 우리에게 왔던 그를 보고 열광하는 이유는 낮은 사람들에 대한 그의 행동으로 자포자기한 우리들을 일으켜세우고 있다.

분명히 이것은 참 좋은 인생실험이다. 행동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더욱 용기있는 행동에 나서라고 보여준다.
그이가 꽃동네를 방문하던 날 나보다 세 살많은 우리 언니는 고운 한복을 입고 이른 아침부터 종일토록 그를 기다렸단다.

짧은 만남, 그것은 분명 엄청난 위로였고 세상을 살면서 꼭 필요한 어떤 위로보다도 위대한 만남이었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