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더운 여름인데 삶의 온도는 더 더욱 힘든 일정들이다.
가난과 기침, 그리고 사랑은 숨길 수가 없는 것이라고들 하더니만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이 아프게 들려온다.

일전에 남편의 사업부진으로 한 치 앞 내일의 희망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의 사람에게 일터를 찾아준 일이 있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작업환경으로 무리가 와서인지 사흘 만에 죄송하다는 메시지가 왔다.

가만히 생각하다가 ‘위로의 에너지를 보낸다’고 짤막하게 답을 하고는 이내 지속적으로 걸려오는 몇 차례의 전화는 받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안 받아 야속하겠지만 무려 한두 달이나 일터가 없어서 힘들어할 때의 그 사람의 목마름이 생각났다.

솔직하게 그만두는 일은 그의 선택이지만 나는 그가 일을 그만두고 나서의 그 가정의 형편이 심히 걱정된다.
결국 어떤 고지에 이르면 홀로 선택을 해야한다.

누구에게 기대기에는 자신도 상대방도 도움이 안 된다.
만약 말을 해야 했다면 “연약함을 넘어 네 삶의 전사가 되라. 살려면 일을 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겠다.
하지만 침묵을 택했다. 그렇게 서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더러는 이 모든 삶의 고통을 피해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잠시 다른 듯이 보인다고 하여도 조금만 귀 열고 들어보면 때로는 힘들어서 삶을 멈추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극한의 현장에 서면 그렇게 이겨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나 또한 때로는 일을 하면서 시간과 물질의 자유를 얻지 못한 모습을 확인한다.
“아니 왜 그렇게 살아요?”라고 묻는 이들도 있다.
누군들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가!

그래도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의 사정을 더 잘 알고 도울 수 있고 마음을 내 놓는다.
삶과 가난의 온도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아픔이 얼마나 실감나는지를 아는 이들은 어려워도 보리밥을 나눌 수 있는 착한 나눔과 실천을 지속해나가지 않을 수 없다.

긍정하건데, 대부분의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삶의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아닐까. 그래서 아프고 진실한 이야기에 귀가 열리고 어떻게 하든지 돕고자 하는 마음이 앞다투어 일어나는 것 아닐까!

가난도 숨길 수 없듯이, 기침도 숨길 수가 없고, 사랑도 숨길 수가 없다는 말에 마음이 간다.
숨길 수 없다는 것,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다. 사랑이 숨길 수 없고 움직임으로 나타나니 겉으로 들어나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살려내는 것 아니겠는가!

가장 큰 가난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난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들다고 말하면 누군가와 힘을 합쳐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다.
말하지 않고 못내 자신을 버리는 일들이 더 무서운 일이다.

어떤 고민 속에 오래 엄청나게 빠져 힘들어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드러내고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입이 있기 때문이다.

간혹 우리는 서로에게 빚을 지고 살지 않으려 하지만, 누구든지 어떤 다른 모양으로 빚을 지고 사는 모양새이다. 모양은 달라도 누군가에게는 얻고 누군가에게 다른 형태의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 자연과 우리의 삶이다.
보이는 것을 주고 보이지 않는 힘을 얻기도 하고 서로같이 등가교환을 하고 사는 것이다.

힘들 때 현재는 자신이 도움을 받지만 언젠가는 다시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 숨길 수 없는 가난의 현실이나 기침과 같은 질고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더 잘살기 위해 세상에 열어놓고 우주의 에너지를 불러들이는 전사가 되라.

안되면 산이라도 빡 빡 올라가면서 악을 쓰면서 외쳐라.
“한 번 온 세상인데 이렇게 살다갈 수는 없다!”라고.

솔직히 죽는 것 보다는 사는 것이 쉽다고 했다. 그리고 살다보면 옛말을 할 때가 반드시 온다. 한 번 쯤 자신의 처절한 가난에 직면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아무리 절제하려해도 터져나오는 기침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대신 약을 찾아보자. 까짓것 모르면 열 번 백번 물어보며 인생길 가자!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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