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길을 걷다가도 목이 조이는 듯하고 말을 하다가도 말이 필요없음을 느낀다.
거의 안 먹어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고 멍하니 앉아있게 된다.

하루하루의 나날이 창자가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수준으로 모두가 산다.
가장 힘든 고통은 사랑하는 이들의 죽어감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데 같은 인간으로서 아무것도 어찌해볼 수 없었다는 거다. 어디에 있든지 인간의 감각으로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눈들은 이 참사와 죽음을 같이 경험하고 있다.

바로 코앞에 엄청난 고통을 마주하고 끔찍한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들은 온통 지옥의 그림이다.
이미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이렇게 크나큰 고통을 무엇으로 씻어내고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는걸까!
가장 애지중지하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신의 목숨처럼 키워온 자식들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극단적이고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우리들을 무너뜨리고 있다.

인생을 살만큼 살아서 면역성이 길러진 사람들도 견디기 힘들어 한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그만큼 고통의 실제를 경험해서 알기 때문이리라.

참사에 대해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가 심한 충격 상태에서 어떻게 수습을 통해 벗어나야 할지 어서 이 봄이 지나고 새로운 시간들 속에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한계가 있는 생물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면 모든 것이 멈춘다.
때로 우리는 보이는 것들에 대해 너무 맹신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우리에게 다 해줄 것 같지만 막상 일이 닥치고 보면 그렇게 무력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 암울한 경험을 많이 한 국민이 사는 나라, 믿음을 상실한 불행한 나라이다.

가족이라는 그 소중한 기초단위가 내 나라 이 천하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은 회복하기 어려운 엄청난 자괴감이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안전한 지역이라는 믿음이 산산이 부서진 파도가 되었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단 1명도 구해내지 못한 애통’이 몇 날 밤을 사르고 여러 날 말만 무성했던 나라에서 너무나 부끄럽다. 무력한 국가의 무력한 국민으로 애통해 하며 그 어린 꽃잎들을 생각하며 조기를 달면서 허무했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 안전에 대한 시각과 이나라의 기초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신의 무엇무엇이 되겠다” 며 장담하며 우리들의 앞에 나서는 이들을 믿기어렵다. 그보다는 우리 자신의 의식과 생활을 주체적으로 해 나가고 더 깨달아야 한다.

이 나라의 비극은 벌어지고 나면 책임자는 없고 나무라는 사람만 가득하다. 힘없는 이들은 스러지며 절규하고 한 많은 세월을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가 얼렁덜렁 하는 사이에 우리들의 삶을 훔쳐가고 파괴할 수 있는 위험과 비극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이 참사는 또 가르치고 있다.

온 나라가 ‘죽어가는 과정’ 같은 이 4월에 국민은 전혀 행복과는 거리가 멀고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서로 건넬수도 없는 참담함.

아침창문을 열면 연두색은 더 넓어지고 짙어지는데 전염병과도 같은 무력감과 죄인됨을 어찌하랴!
가족들의 죽음과도 같은 사투와 외마디섞인 울음에 아무런 위로가 불가능한 시간들이다.
언제나 일상의 회복이 가능해질까!

거센 비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깜깜한 바다에 있던 아이들의 고통이 옮아와서 국민 전체가 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이 비극 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가족들의 빈자리는 어떻게 채워질지, 남아서 더 죄인이 되고 더 슬픈 사람들의 미래를 오직 하늘에게만 물어본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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