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뒤척이다가 오랜만에 늦은 잠에 들었다.
동터오는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희열을 놓친 아쉬움이 컸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이 깊은 순간까지 변모해가는 환상적인 세상의 모습들에 주목하면 인생은 아픔도 많지만 아름다움을 찾는 순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인생은 여러 작은 패배들과 여러 작은 승리의 복합이다. 하지만 단순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은 우주의 질서에 순명하는 법을 저절로 배워 호흡이 거칠지 않다.

자연은 아름다움의 발자욱을 수도 없이 내놓는다.
아침결에 뒷동산에 핀 진달래 한 송이가 바람결에 작게 일렁이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수줍은 여린 미소와 같다는 느낌을 갖는다.

살아 있으나 내생휴면 상태에 있다가 어느덧 봄꽃으로 개화해서 웃고 있는지 참 신기하고 곱다. 봄꽃은 단지 그날에 피지 않는다. 살아 있으나 생육이 정지된 상태의 시작과 종료를 거쳐 발아하고 개화한다.

단지 우리가 이를 간과하고 꽃의 개화 시기에만 시선이 갈 뿐이다.
모든 과정을 인내하고서 피어나는 모든 세상의 꽃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 판이다.

이는 우리네 삶과 아주 닮아 있다. 우리도 힘들면 휴면상태에 돌입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 세상을 살면서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도 많지만 화려하고 좋은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늘 쫓기는 마음이다. 때에 따라 바라보기는 보아도 놓치고 제대로 안 보이는 것들이 많다.

좋은 세상만사인줄 느낄 사이도 없이 시간이 가고 인생이 간다.
모든 것이 이해관계의 틀에 매이다보니 솔직하게 “나 아니면 모두가 남”이 되어 독하게 살아야만 된다. 조금만 돌아보면 역지사지로 바라볼 일인데 설핏 본 것들을 마치 진실인 듯 무겁게 끌어안고 사느냐고 얼마나 힘든가!

사람도 자연도 그렇게 무심하게 오고 무심하게 간다.
하나의 틀로 고정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묵묵하게 타인의 아음다움을 깊이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잃고 산다.

일전에 집에 손을 볼 일이 있어 알고 지내던 목수 한 사람을 불러 둘러보며 일을 했다.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은 참 대단하다.

단순 명쾌하게 일하는 모습이 참 진지하고 아름다웠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는 모습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자연스럽게 보였다. 될 수 있으면 몸을 움직이며 살아가는 삶이 더 손은 바쁘지만 마음이 편하다는 것.

높은 님네들이 얼마나 더 머리 아프게 살아야 하는지, 건성건성 보면 안 보일 일이지만 살펴보니 다시 보인다.
‘작은 아름다움’에 빠지는 데 시간을 좀 투자해야 한다.
마냥 살 것 같은 시간의 연속은 없다.

대신 찬찬히 살피고 아무 일도 없는데 작은 잎새가 돋아나는 모습을 하염없는 신기함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천상의 숨결을 타고 온 향기를 맡을 시간도 필수이다.

때로는 우리가 너무나 부러워하는 돈 많은 사람도 인생 허무하긴 마찬가지이다. 다 용량이 다를 뿐이다. 갈등에 매어달려 햇볕 한 줌의 축복을 바라보지 못하거나 직장의 실패 체면 등 등의 늪에 빠져 절망하기에는 우리에게는 보고 느끼고 다시 일어서야할 매력이 너무 많다.

요 몇 년 사이 지갑에 만 원 이상을 여유롭게 넣고 다닐 일이 없을 정도로 내핍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나날 속에서 넘치지 않게 산 것에 감사하고 변화하는 자연의 보화로움을 바라보면서 날마다 감읍하며 살았다.

현실이 어려울 때 하늘이 있어서 좋았다. 죽는 것 아니면 다 괜찮다는 배짱으로 살아가니 없는 사람들이 더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을 배웠다.

죽으면 사흘 안에 흙이나 먼지일 몸에 대해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 법을 그렇게 배워나가며 하루 하루 우리에게 오는 아름다움의 발자욱을 놓치지 않을 일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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