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

시민회관에서 갑작스레 유정복장관의 육성을 들어야 했다. 참석자들은 흐느꼈고 그는 굳게 입은 다물었지만 분명히 목이 메이는 시간이었다. 그는 담담하게 김포시민과 당관계자들에게 이해를 바란다며 준비된 서면을 읽어내려갔다.

“매서운 회초리가 온몸을 피멍들게 한다”는 말귀가 귀를 때리고 “어찌 필설로 다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듣는 귀를 때렸다.
죽을 것 같은 선거를 치루고 죽음에서 귀환한 것처럼 그렇게 다시 정치행로를 이어가며 연일 대한민국의 정치뉴스를 장식하던 그다.

좋으나 싫으나 유정복은 김포의 자산이 되었고 김포는 너무 큰 손실을 입었다. 김포와 그는 애정과 애증속에서 함께 생명력을 키우고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를 만들어낸 곳은 김포이다.
“유정복 20년과 김포”는 참 이러저러한 역사와 인연의 세월 속에 살아왔다.

좋으나 싫으나 김포를 말할 때 그는 결코 빼놓을 수도 없는 존재이다. 그의 말대로 많이 키워주고 아팠고 다듬어준 정치인생의 고향이었다.

서로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같이 사는 부부와도 같이 그렇게 김포라는 한 솥밥의 식구로 20년을 지내다보니 미운 정 고운정이 다 들어버려 서로 버릴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유정복이란 인물과 나눈 정서와 묻어놓은 이야기들을 가슴에 가지고 있는 이들이 무릇 얼마일까!

인구 5만의 도시에서 32만의 도시가 되기까지 20년 김포의 역사와 함께, 그리고 그가 중앙무대로 진출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김포의 유정복”, “유정복과 김포”는 눈에 띄는 존재감이 생겼다.

솔직히 유정복과 미래신문과는 지난 세월, 김포가 아닌 검찰에서 두 번이나 만나야 했던 시간의 역사가 있다. 그 사건 이후 나는 집안 내력에도 없는 암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도 내가 시장인데 오늘은 또 무슨 폭탄뉴스가 나올까를 생각하며 아파트엘리베이터에서 미래신문을 가져다 읽는다”고 말하던 그이다.
낙선한 후 2년, 어느 날 티셔츠를 입고 걷던 그와 길에서 마주쳤다.

나는 암투병중이었고 그는 낙선한 이후 명패가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어 시간을 벤치에 앉은 채 다 내려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었다.

10 년 세월, 언제나 김포뉴스의 초점에 있던 분이 쉬니 나도 쉬는 사람이 되더라, 상대방이 잘되기를 비는 일이 내가 잘되는 길이라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어서 잘 되어서 큰 바다로 나가세요!”

그에게 복을 빌어준 진심어린 말이자 기도였다.
그 이후 국회의원 선거 날 투표를 마친 그가 아내와 함께 장릉산에 올라왔다가 마주쳤다.

아침이 다 밝지 않은 그 이른 시각에 투표를 마치고 허허한 마음으로 산에 오른 그이를 하늘이 선택할 거라는 걸 알았다.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니 그냥 웃었고 그날 저녁 그는 김포의 초선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 선거를 참 치루기 어려웠고 당선을 확신하지 못했었노라고 후일에 말한 적이 있다.

미래신문 창간기념 유정복장관 인터뷰하러 가던 날 그의 집무실은 광화문을 시원하게 내려다보고 경북궁과 청와대가 한 눈에 보이는 높다란 12층에 있었다. 5분도 만나기 어렵다던 유정복 장관은 산더미 같은 서류 앞에 앉아있었다.

“20년 세월입니다. 장관님도 미래신문도 20년입니다. 김포에서 여기까지 달려와줘서 고맙습니다. 많은 신기록을 내 주셨어요”
“그렇지요. 20년입니다”

그런데, 정치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어제 그는 사표를 냈다.
대한민국의 3선 국회의원도, 장관도 아닌 채 웃음끼 없이 다시 전장으로 향한다.

이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싸움터인 선거전 앞에 다시 서게 되었다.
그는 사람으로서 부족함도 부덕함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바라보면 가혹할 만큼 힘든 고개를 여럿 넘고 여기까지 살아남았고 커왔다. 박수도 비난도 다 감수하고 비 바람 맞고 홀로 한숨으로 지새웠을 깜깜한 밤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 너무 많은 짐과 회초리를 들이대거나 얹어서는 안된다.
유정복, 그이도 몇 아이들의 아빠이고 남편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김포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듣고 돌아온 저녁 눈물이 났다.
결코 1미터 이내의 측근도 아니고 때로는 격렬하게 비판기사를 써대던 상대방이었지만 세월속에서 용서와 이해, 사랑을 배우게 한 장본인. 이쪽 저쪽을 다 떠나서 인생 백년도 못사는데 싶고, 정말 한 사람을 생각하니 역지사지의 심정이 절절해져서 눈물이 나왔다.

‘김포에서 키워놓으니 이렇게 허무할 수가’ 하면서 당혹감과 상실감을 드러내놓지도 못하고 있는 김포사람들도 있으리라. 그가 있어서 불편했던 사람들도 떠난 후 그의 자리를 알게 될 것이다. 김포에서의 그의 자리는 너무 컸었다.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하지 않은 싸움터에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그의 고뇌와 현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같이 힘들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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