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만남은 여러 빛깔이다. 보면 볼수록 ‘괜히 봤나,
다음에는 웬만하면 만나지 말아야지’ 하면서 후회 또는 가슴 한 켠이 허전해지는 만남의 사람도 있고 잠시의 만남이지만 시간을 넘어서는 풍성하고 의미로운 만남도 있다.

아무 일도 없는 데 기분 좋은 사람 때문에 인생이 신나는 그런 하루는 얼마나 감사한가!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관계는 십년을 만나도 나그네와도 같은데 잠시 만남 속에서 영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끌어당기는 기쁨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고단한 삶의 쉼과 전진을 계속해나간다.

요즘 일주일에 한 번 조찬포럼에 나간다. 단 한 시간의 만남이지만 일주일 내내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하나의 화두를 놓고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대화를 통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듣는 귀’를 크게 열게 된다. 한 사람의 고백을 들어주는 귀와 따뜻한 눈들이 유난히 반짝이는 모임인데 그대로 “스토리 힐링”이 이루어지는 곳이라 느낀다.

누구를 만나든지 그에게서 얻을 생각만 하면 모든 것이 섭섭하고 서운한 일들로 꼬리를 문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작은 검불 하나만 건네받아도 감사가 넘친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 첫 만남의 대화는 이상하리만치 큰 힘을 준다.

보리밥 한 그릇 이라도 따끈하게 대접해줄 수 있는 마음을 먼저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마음을 나누고 눈물을 나눌 사람은 그냥 만들어지거나 돈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성을 다한 다음에 마음이 열리고 저절로 눈물을 나누고 서로 끌어안고 살아갈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좋은 관계도 날마다 물을 주고 가꾸어야 꽃이 피고 열매를 나누어먹을 수 있다.

안다고 다 잘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움직여야 상대방의 소망을 같이 기도해주고 이루어갈 수 있다.
상대방의 소원이 나의 소원이 되고 상대방의 눈물이 나의 아픔이라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없지는 않다.

누구나 함께 살아가는 것, 심각한 갈등의 국면 앞에서 홀로 있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마음이 고픈 것은 배가 고픈 것 이상이면 이상이지 결코 고상한 고통이 될 수 없다.

외로운 것을 제외하고는 다 가진 부자도 외로움 앞에서는 가난한 자이다.
밥으로 배를 채워도 마음은 밥으로는 도저히 안 채워진다.

마음을 나누고 눈물을 나눌 수 있는 들을 귀를 가진 한 사람의 경청이 죽어가는 목숨을 살릴 수 있다.
들어만 줄 수 있는 마음과 눈물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도 삶에 있어서 참 위대한 성취라고 믿는다.
그런 푸근한 품은 상상만해도 윤기를 느낀다.

만나면 그토록 절망적이던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충분히 얻고 죽음을 넘어 함께 소생할 수 있다.
완연한 봄날이 되니 겨우내 얼어있던 눈이 스르르 녹아버린다.
아직 마음의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없을까?

겨울이라는 한 계절이 분명히 존재했는데 다시 오는 봄날 앞에서 겨울은 동화속이야기처럼 사라졌다.
아픔도 이야기하면 치유되고 들어주면 산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들어주는 사람도 모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평화로움과 자신과 같이 이해하고 받아들임.
눈물을 약함이라고 정의 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눈물은 강 같은 평화와 생명의 봄을 불러일으키는 샘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샘에서 물이 흐르면 결코 그 물은 썩지 않는다.

세상 살면서 들어주는 일은 덕을 쌓는 일이고 이보다 더 좋은 일도 없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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