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입춘이 오기 전에 산에는 이미 봄기운이 느껴졌었다.

눈과 함께 봄은 온다. 돋보기너머로 24절기를 따라 농사의 순서를 잡아가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선하다. 농사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제부터 엄청 바쁜 철이란다.

봄이 오는 동시에 새해의 농사를 위한 전진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삶이 좀 덜 바쁘고 농사를 짓듯이 시와 때가 그리 적절하게 배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농사를 짓듯이 삶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순리를 따라가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겨울이 버림으로써 영원히 얻는 법을 따라 잎새를 떨구어내고 봄기운이 들어서면 아무리 추워도 이미 겨울은 아니다. 어김없는 순서를 따라 잎이 나고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또한 심은 대로 거두는 일은 자명한 일이다.
집을 짓고 고치는 일과 단열과 난방을 스스로 해 내고 먹을거리를 가동하고 장을 담그고 몸을 돌보는 소중한 순서를 삶으로 살았다.

스스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통해 길가의 민들레와도 같이 굳건한 생명력을 스스로 키우며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돈이 제갈량이라고 무슨 일이든지 돈이면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나 나약하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주체하기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도데체 이게 뭔가’라는 인생의 물음표를 갖는다.

지금의 삶은 돈에 의지하지 않고 해결해나가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한 인간이 절실하게 갈구하는 농사짓는 삶과 같은 가치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석유문명과 전기에 의존하지 않는 삶은 거의 불가한 것처럼 여겨져 왔다.

명품, 개발과 성장, 재테크, 경쟁, 강대함등 모든 것들은 우상이고 신을 넘어서는 것이 돈이된 세상이다. 자본이 없는 사람이 힘을 얻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마치 끊임없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과 같다.

돈이 없으면 우아함을 누리거나 고상함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절벽을 만난다.
돈에 연연하느라 시절이 가는 줄도 모르고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산다.
욕망이 커질수록 좌절 또한 커지는 삶을 언제까지 살아야 할 것인가?

2014년 ‘돈만 버는 삶이 아니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는가?’라는 깨달음 속에서
새로운 봄을 맞이할 일이다. 가치 있는 일을 따라 움직이는 품격의 삶은 그냥 살아지지 않는다. 끊어내는 아픔도 결단도 필요하다. 덜 가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더 불편할 수 있는 인내도 필요하다.

기를 쓰고 그렇게 살려고 엄청나게 원하고 뛰어야 한다. 진정 원하는 삶을 산다면 모두 행복하지 말라고 해도 행복하다.

2014년 입춘의 기운을 만나면서 그 좋은 역량들이 가치 있는 삶과 일을 따라 쓰여지고 농사를 짓듯이 꾸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소원하고 기대해본다.
어쨌든 겨울을 살아내고 봄의 문에 들어섰다.

힘이 들어도 새싹이 돋는 꿈을 꿔야 한다. 세상, 돈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의해서 삶과 죽음의 에너지조차 갈린다. 돈으로 사먹고 살은 삶은 점점 빠지는 늪과도 같다.

균형을 가지고 내가 만들 수 있는 삶과 그 믿음의 세계에 대한 희망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명상과 자비와 마음훈련, 힐링, 위로를 나눌 수 있는 건강한 삶은 농사를 짓듯이 심고 가꾸고 열매가 나오듯이 그렇게 시간이 필요하다.

결코 뚝딱 뚝딱 나오게 하는 일들이 아니다.
인생은 격조와 순도를 점점 만들어나가는 것과 같다.

봄에 심고 여름을 나고 그 쨍쨍나는 햇빛아래서 익어서 가을의 풍요와 겨울의 내려놓음을 배우는 일이다.
힘들 때마다 농사를 생각하면 인내와 동력이 생기리라.

한해 농사지어서 잘 먹고 살았으니 다시 씨앗을 심고 새해의 농사를 짓듯이 절절한 삶의 세계를 열어갈 일이다. 돈의 문명을 넘어서, 적어도 돈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해결해 나가는 인생들이 도처에 있다.

자연인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일이 한 인간이 절실하게 살아가는 숭고한 세계인 것이다. 농사는 자연의 순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 삶의 웅지를 다시 씨앗삼아 농사짓듯이 인생을 살자.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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