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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봉 대표이사 | ||
하늘하고 열린 산골집에 산다
아스팔트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분명 우리 집은 산골이다.
오는 이들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시골의 풍경이 있느냐고 말하고는 한다. 늘 미완성인 채로 무엇하나 완성된 느낌이 없는 엉성한 채로 엮어지고 대문조차 아직 없는 집이다.
인테리어나 꺌끔 디자인의 개념하고는 설명이 안 되는 공간이라고 할까!
겨울 눈이 녹은지 한참이 되어도 이곳은 아직 눈 덮인 그대로 햇볕이 녹여주는 대로만 아주 조금씩 눈이 줄어들어가고 있다.
부스스 눈을 떠 소변을 누러가다가도 창밖의 달님이 그대로 보여 혼자 웃음짓기도 한다.
간혹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이른 새벽에 잠이 깨면 깊고 깊은 어둠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밤을 만나고는 한다. 찬란한 새벽은 깊고 깊은 어둔 밤을 지나서야 온다는 것, 어쩌면 어둠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깊고 깊게 품은 푸른 바다가 연상된다.
문을 열자마자 하늘하고 열리는 집에 살다가 휘황찬란한 불빛아래 서면 참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촌스러워서 그런지 모르지만 집으로 돌아와서야 “휴” 하고 숨이 쉬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도시의 에너지를 스키를 타듯이 잘 타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속도는 어쩌면 과속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자주한다.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를 적용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눈앞만 바라보면서 과속의 페달을 밟으면 어지럽다. 과속은 반드시 사고의 원인이다. 빠른 듯 보이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갈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산골은 직선으로 들어올 수가 없다. 대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천천히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시속 20킬로미터 이내이다. 하여 어지러움이 절대 없다.
이곳에 누가 오면 밥이 되든 고구마가 되든지 여기서 대접해야 번거롭지 않다.
다시 식사를 하러 밖에 나가는 일이 적어지면서 깨달은 것 한 가지는 먹는 것이 일정하게 안정되니 정서가 훨씬 더 차분해진다는 거였다. 어찌든지 의식주의 안정은 인간의 필수생존조건이다.
아스팔트세상에서는 점심때가 되면 더 맛있는 집이 어디인가를 생각했는데 덕분에 어울려다니면서 먹고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몸무게에 관한 걱정들아니었을까!
김치 두 서너가지의 소박한 밥상 앞에 앉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걱정이 붕 떠 있는 실체 없는 것들이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저절로 많이 걷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미운사람 고운 사람이 따로 없다. 하늘이 차려준 밥상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처한 현실을 긍정하고 밥 한톨 버릴 일이 없다.
하늘을 넓게 멀리 보고자 하면 인생의 과속이 부질없음을 저절로 느낀다.
빨리 간다고 해 보아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음을 금방 알게 된다.
겨울인가 했는데 겨울 안에 이미 봄기운이 언듯언듯 보인다.
분명히 하얀 눈 속에 있지만 봄에 우는 새소리를 벌써 들었다. 귀를 의심하였지만 반가웠다. 시절이 어려워지면서 기름 보일러를 쓰지 못하고 나무에 불을 지피는 보일러로 겨울을 나고 있는데 번거로움을 선택하면서 오히려 나무타는 냄새가 나에게 코드화 되어있는 어떤 에-너지 였고 힐링의 향기였음을 고마워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뒷동산의 솔가루를 갈퀴로 긁어다가 불을 지펴 아랫목을 따뜻하게 덮혀놓으면 형제들이 이불속에 옹기종기 발을 넣고 이야기를 나누던 생각이 그리움이 되어 되살아났다.
굴뚝에서 피어나는 나무타는 냄새와 겨울은 그렇게 하루 하루 가고 그것은 나의 샹그릴라라고 고마워하고 있다.
관점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장미를 보는 사람과 가시만을 보는 사람같은 것, 어떤 상황이든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면 새로운 찬스로 볼 수 있으면 모든 것은 충만함 그 자체이다.
자연으로 돌아와 보면 모든 것이 잘 용서가 되고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는 어떤 생명의 무한 에너지앞에 숙연해진다. 굳이 설명을 통해 말하지 않고 침묵으로 보여주지만 그 무한능력의 자연 앞에 귀의하는 마음이 된다.
추운 겨울은 생물학적인 정지가 아니다. 가만히 얼어붙어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생명순환의 법칙 속에서 운행되어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고통도 기쁨도 슬픔도 그리움도 오고가고 흘러가는 구름과 다름없음을 알게 된다.
인생 다 알려고 하지 말고 안 것 만큼, 그리고 가진 것 만큼만 가지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왜냐하면 행복은 셀프니까.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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