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아직도 다 녹지 않은 눈 위로 밤사이에 하얀 눈이 더 내려앉았다.
제아무리 못나고 어설픈 것들도 하얀 순수로 다 덮이고 세상 모두가 조화로운 듯이 보인다.

하얀 순수보다 더 화려한 것이 있을까를 생각했다.
김포에 시집와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북성산(장릉산) 꼭대기에 올랐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북성산을 바라보았다던 김포사람들에게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6.25 당시에 만해도 그렇게 빼곡하게 들어찬 소나무 숲이기도 했고 그래서 위험을 피해 그리로 가기도 했다던 숲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 그들이 바라보았던 그 아름 좋은 소나무가 아직 있을까를 여러차례 상상해보았었다.
동서남북으로 확 트인 북성산 꼭대기에 오르니 산도 물도 다 한 폭의 그림만 같다.

미사일부대가 위치한 북성산 꼭대기에서 바라본 김포는 참 아름다운 하얀 세상이다.
하얀 눈 아래의 세상에, 김포와 한강의 품이 그렇게 너그럽고 아름답게 보였다.

드넓은 하늘과 여기저기 옹기종기 내려앉은 꽃처럼 건물도 골목도 정다운 그림이다.
적당한 겨울의 날씨에 한강은 유유히 흐르고 그렇게 수많은 김포의 건물들이 모자이크그림처럼 그렇게 어울려 늘어서 있었다.

이른 아침 조깅을 하면서 이곳을 올라와서 이 평화로운 동산에서 누구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가슴이 탁 트이는 행복을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보았다.

가슴이 탁 트이는 곳, 밝은 날이면 북한까지 다 보이는 가시거리라고 한다.
하늘로는 북한까지 10분 내에 도착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군인의 안내를 들으니 김포에 산다는 것이 참 놀랍고 새롭게 실감이 났다.

김포에 살면서 그렇게 실감하고 산 날은 정말로 많지 않았다.
“김포는 최전방”이라고 설명하는 군인들의 안내를 들으며 아파트 숲 사이에 있는 군부대이니 참 좋은 곳에 근무한다고 생각하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났다.

우리가 편히 잠자고 숨 쉬고 일할 때 누군가는 5분대기조를 하면서 긴장하고 있는 같은 공간이기도 했다. 단지 우리는 그렇게 인식하고 살지 못할 뿐이다.

삶에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평화 뒤에는 긴장이 기다리는 것과 같다.
그냥 얻어지는 것들이 아닌 세상의 모든 관계들을 생각하면서 2013년의 겨울 눈을 다시 새롭게 보며 감사한다.

‘온 세상을 덮은 하얀 눈보다 더 화려한 꽃이 있을까’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들도 하얗게 덮어버리는 하늘의 화려한 순수!’

세월이 가면 갈 수록 더 순수해지기를 바라고 생각하면서 훨훨 날아가듯이 가볍게 하얗게 살 일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면 하얀 웃음이 나지만 누군가를 생각하면 너무 검고 칙칙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사람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누군가 자신을 생각하면 “화려한 순수”가 생각나면 좋겠다는 소망은 어떨까!
어떤 기업인이 말했다.

평생을 사업을 하면서 돈을 뜯기면 못 받나 보다 생각하고 더 열심히 살았단다.
그는 지금 1천억의 소망을 가지고 산다. 그의 친구 하나 수십 년을 기업을 하면서 못 받은 돈이 겨우 1백만원이란다.

왜 내 돈을 뜯기냐고하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는데 그는 거기에 목숨을 걸었던 삶이기에 기한이 다 찬 인생이 되어 이 겨울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 되었단다.

사람이 가고, 사랑이 가고, 슬픔이 지나간 흔적들을 하얗게 해야 하지않을까 한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움켜쥐거나 가지려 할 때가 번민이지 버리고 나면 새로운 길이 나온다.
화려한 순수로 이 겨울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가장 화려한 것은 순수이다. 알아차리고 소중하게 가꾸는 마음, 모든 것은 꽃밭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