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세상을 살면서 한 번도 번뇌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은 없다.
이 일을 지속해나갈 것인지, 아니면 아직 성과 없는 일을 중도에 그만 둘 것인지를 고려하고 인내하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지속해 낸 사람들의 삶의 결정체가 바로 길이 된다.

언젠가부터 작게 시작한 일이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길이 되고 타인들을 이롭게 하는 결과도 된다. 자신에게도 약이 되고 타인들에게도 힘이 되는 삶, 그것은 미련할 정도로 자신의 길을 간 사람들이 머리에 쓴 면류관이다.

처음에는 미약하게 긴가민가 했던 일이지만 알고 보면 이미 자신의 길의 시작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은 한 참 만의 일이 되기도 한다. 돌아보면서 ‘여기까지 왔구나’를 인식하게 되기까지 사람의 길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신비한 영역이다.

누구나 세상의 모든 길을 다 가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못하는 일이 있다. 누구에겐가는 예민한 반응과 흥미로운 일들이 누구에게는 전혀 무감하거나 둔감하듯이 누군가에게는 흥미롭게 갈 수 있고 누구에겐가는 전혀 감흥이 없는 일들이 있다.

결국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생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참 행복이다. 내가 잘 못하는 일들을 자신이 아닌 ‘다름’의 사람들은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각자 자기가능성의 최고치로 살아 자신을 꽃피우고자 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의 몫이다.

꽃이든 사람이든 자기 가능성의 최고치로 살고자 하는 선한 욕심이 있다.
그것은 마땅히 그러해야 하고 노력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린다.

결국은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이 어쩌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거나 지금까지 관계를 해오고 있는 사람들의 인연법도 그러할 것이다.아직까지 남아있는 주변 인연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면서 보물처럼 아끼고 사랑할 일이다.

‘지금 여기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못하고 미래에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존재하기는 어렵다.
여기 있는 징검다리를 건너야 저쪽 기슭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나를 건네주는 하나하나의 징검다리 같았던 일들과 사람들의 인연으로 오늘 여기 존재함을 자각하지 않는 다면 한 없는 배고픔의 세월만을 살아야 한다.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면 결코 자신도 신기하고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것일까를 생각하면 고맙기 그지없는 세월들과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수고 하고 누군가가 마음을 내어주고 이루어주어서 온 세월들이다.  정말로 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 주고 힘 써준 이들에 대한 백번의 절도 아깝지 않은 심정으로 살아갈 일이다.                

이른 새벽의 달빛을 보면 무욕을 배우고 이른 새벽의 별빛을 보면서 스스로 빛나야 함을 알게 되는 삶의 의미를 어찌 헛되다고 하겠는가!

지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시간도 없는 부자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 정말 단지 미련할 정도로 자신의 길을 찾아 신나게 갈 목표로 자유하게 살 일이다.

어제는 작은 길거리 카페를 찾았다.
간판도 없는 작은 컨테이너는 노란 국화색으로 칠해 놓고 암 수술 12년차인 여성이 정말 자신의 길이라고 행복해 하면서 열어 놓은 간이 시설이다.

한 무더기의 붉은 국화가 그렇게 아름답고 튼실하게 입구에 놓여 있고 그녀는 자신의 방에 놓고 사랑하던 것들을 가난한 주머니의 손님들을 위한 배려로 그 작은 컨테이너에 가져다 놓았다.

가을바람이 부는 길목, 출퇴근 하는 이들이 정말 배고파서 들려 토스트 한조각과 500원짜리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곳. 한 끼의 식사가 충분하도록 배려한 토스트에는 그녀의 정성이 가득하다. 인생에서 ‘죽음을 삶의 동력으로 삼아 멋지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그렇게 살아 있는 언어이다. 

노란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람과 인심과 적정함이 있다.
유명한 신부님의 싸인도 있고 체어맨을 타고 와서 3천원의 식사를 즐기는 사장님들과 가난한 주변공장의 노동자들이 있다. 라면 한 그릇과 토스트, 5백 원의 커피가 이집의 메뉴이다.

아마도 그녀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빵을 먹고 고뇌는 놓고가는 시간이 그렇게 즐거운 것이 아니었을까? 때로 우리는 가까운 이웃보다 백지 상태로 나의 말을 들어주는 대화상대가 필요할 때가 있다.

“죽음을 알아버리고 나서는 속내장이 다 보이는 말만 한다”는 그녀의 웃음을 보면서 아마도 사람들은 호텔의 커피보다도 더 맛나는 500원의 커피를 즐겼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웰빙(잘 삶)과 웰 다잉(잘 죽어감) 웰 데드(잘 죽음)을 맛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우리의 자유함은 결코 부자유한 삶의 의미를 통해서 그것을 경유한 다음에 온다.

무엇인가가 우리를 부자유하게 할 때 그것이 물질이든 사람이든 우리를 자유하게 하고 영혼을 성장하게 하기 위한 열쇠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니 정신도 놓지 말고 생명도 놓지 말고 미련한 정도로 자신의 길을 갈 일이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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