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날마다 하루가 짧은 것 같다는 느낌과 더불어 아주 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제 한 일인데 깜빡하는 전등처럼 불이 나가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하루를 살면서 꽉 차게 산 것 같은 시간들도 있지만 간혹은 뭐하고 살았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하루도 있다.

하루 24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알리바이를 대라고 하면 어떻게 댈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 일이 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스스로 자신도 모르게 알리바이를 구성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아무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사회 구조가 그렇게 은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뉴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알리바이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우리네 삶이 주늑들고 스스로도 알리바이가 성립되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을 갖고 산다.

무엇인지도 모를 억압을 느끼며 작은 존재로서 존재증명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막연한 두려움들.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존재로 살고 싶지만 뭔가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긴박, 혹은 강박감속에 서 있는 외로운 존재들. 

무엇인가 신나게 하고 사는 듯이 팔팔하게 살아있었다는 느낌속의 하루는 너무 대단한 것이다.
가끔 한잔을 걸친 사람들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그런데 깨고 나면 그 기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주눅든 마음이 본래대로 돌아온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스스로 소외된 자들이기도 하다.

늘 스케줄이 가득한 일상들은 능력이 있는 다이나믹한 힘처럼 드러날 수도 있지만 기계적인 삶으로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쁘시지요?”
 “힘드시지요?”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면서 가장 많이 듣고 쓰는 말들이다.
그렇게 바쁘고 힘들게 무엇인가를 추구하기는 하는데, 큰살림은 큰살림대로 작은 살림은 작은 살림대로 구멍도 많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라는 것이 있다. 적당히 균형이 맞아야 할 일이고  지나치면 탈이 난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끊임없이 설명을 해야 하고 쉼 없이 어떻게든 끌어모아 조직해내는 사회구조가 때로는 참 피곤하다고 느낀다. 가야할 곳 해야 할 일들 속에서 휘파람 한 번 제대로 나오는 즐거움의 세상을 소원한다.

저절로 신바람 나는 일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옳다.
무엇인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계속해서 알리바이를 만들어 내면서 살아가고 지배를 받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다.

결국 한 줌의 재로 한 점으로 남을까 말까한 인생임과 죽음을 기억하면서 델리트키를 누르든지 엔터키를 누르던지 할 일이다.

서로에게 “약천”과 “약샘”이 되는 즐거움의 세상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너무 계획하고 짜 맞추고 판에 넣어야만 되는 조직사회에서 사람들은 시들어간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한 거다. 뭔가로 꽉 차 있는 것만의 이미지가 아니라 “충만이 가득한 빈그룻의 여유”도 필요하다.

많이 먹는 즐거움보다 다소 더 먹고 싶을 때 숟가락을 놓는 여유 같은 것, 굳이 다 말하지 않아도 그냥 받아주고 긍정할 수 있는 마음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동물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살아야 생존의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사람도 동물이다. 하나하나 다 꿰어 맞추듯이 돌아가는 판 위에서 사는 삶의 결핍으로 서로가 아무런 생기를 전하지 못하고 파괴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을 만나고 들어오면 피곤해서 정신을 못 차릴 때가 있다.
그 사람의 기운이 더해져서 천근만근 무거움을 느끼며 화가 날 때도 있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사람 만나는 일들이 가장 피곤하다고.
정말 그래서 정치인들을 보면 가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리 환하게 웃으면서 그 많은 이들과 소통을 하는 걸까!

진짜 소통이 가능하기는 할까!
이래저래 짧은 세상, 정말 만나야 할 인연들을 지극하게 잘 연결하고 만남을 가지는 것일까!
늘 이유와 변명을 덧붙여서 자신도 타인도 역할극만을 하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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