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대표이사

딸아이를 공항에서 보내야 하는 마음은 결코 떨리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야 하는 딸은 지금은 비록 덩치가 크지만 내 안에서 나온 작은 아기였기도 하다.

밤새 딸과 서로 뒤척이는 한 밤을 보내고 아무렇지도 않은 양 날씨가 좋다며 서로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면서 짐을 들고 걸었다.

인생을 살면서 일시가 되었던 영원이 되든지 헤어짐은 솔직하게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거다. 좋게 되려고 공부하러 가는데 뭘 그러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머릿속으로가 아닌 심장이 그렇게 말한다.

공항에 가보면 그렇게 많은 이들이 표정을 가슴에 묻고, 혹은 무표정에 가깝게 이리 저리 짐을 끌고 다닌다. 우리도 그중의 한 표정으로 다른 이들의 눈에 비칠 터이지만.

딸과는 속으로 서로 안타까이 시간을 재면서 밥을 먹었다.
‘한 시간 후면 정말 이역만리로 가고 또 보내야 하는 구나!’

아무리 담담하려고 해도 이것저것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아마 이는 여성의 섬세함도 덧붙여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월이 가면 갈수록 아이들에게 속마음까지 훤히 다 들켜버린다.
‘다른 사람들은 부모와 근처에서 같이 잘도 사는데 우리 아이는 왜 그리 이상향을 찾아 가고자 애를 쓰고 어미 가슴을 타게 한 걸까’

크게 보면 다 평범함 속에 있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쉽게 사는 이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부모는 속마음이 있어도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

하고자 하는 아이는 막을 수 없는 일이고 부모들은 힘이 부치지만 돕게 되고 아이들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간다.

“누군가가 먼저 길을 걸으면 그곳은 길이 된다”며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에너지가 되는 말들만 힘주어 말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지도 모른다.

부모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부모이다. 부모란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굳건하게 서 있어서 아이들의 영원한 지킴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들의 부모가 그랬듯이.

자식 가진 부모는 함부로 된 소리도 못하고 산다.
누가 못나게 행동을 할라치면 사람들은 혀를 끌끌차며 말하지 않던가!
“아이고 자식 키우는 사람이 어찌 저런다나”

자식은 늘 삶의 기준이요,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살아야 할 이유와 목표가 된다.
늘 아이들을 보내면서 말한다. 아이들이 부모의 삶의 형편을 헤아리면서 걱정을 할 때면 꼭 같은 소리를 하게 된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가거라, 엄마의 설거지는 엄마가 아무 때에 해도 된다. 너희들도 앞으로 너희들의 인생의 설거지 할 일이 많이 있으니 지금부터가 아니라 그때 해도 늦지 않는다” 라고.

아무리 부모와 자식은 가장 이 지구상에서 닮은 존재여도 각자의 길이 있다.
그 길은 스스로 가야 하는 길이다. 생이 간절하여 노력해야 할 일들의 순서를 잡아 서로 길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한 사람의 역사가 되고 사람들의 역사가 된다.

사람 하나하나 안에는 그렇게 여정이 있고 신의, 우정과 야성이 단련되고 강하게 여물어가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인하여 자식은 부모를 인하여 고맙고 감사한 인생을 함께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것 아닐까!
생은 누구라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고 또 만만하지 않다고 겁먹을 일도 아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건강하지 않은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한다.
과거의 경험에 갇혀서 현재를 힘들어 하거나 어떤 관념의 감옥을 느낄 때는 과감하게 “잘못된 믿음”이라고 이름하여 휘발시켜버리자. 자식들을 향한 걱정도 웬만하면 괜한 걱정이다.

오래된 때처럼 붙어있던 것들이 먼지처럼 날아가 버리는 경험은 내내 통쾌함으로 남는다.
생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간절하게 살아야 옳다. 우리의 부모들이 우리들의 생명을 붙들고 살려주려 애쓰던 지난 일들은, 우리가 자식을 키워보면서 느끼는 모든 느낌들을 통해 능히 우리들의 부모를 알게 한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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