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본지 대표이사

잔인한 것은 4월이었다.
꽃이 피어나기 위해 힘들었고 지느라 힘들었다.

5월은 꽃을 보내고 새로운 생명이 잎으로 피어나는 계절이다.
잔인한 사월의 흔적은 그대로 꽃잎 되어 떨어지고 5월은 가을까지 버티어줄 연두빛 희망의잎새가 피어나서 자리 잡는 계절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꽃처럼 순간에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지만 오래 잎사귀로 남아 있어 여운을 지속한다.

아침 일찍 산에 올랐다.
지난 밤  다 보내지 못한 찌꺼기가 있었다. 고운 산을 보고도 가볍게 웃지 못 할 만큼 크나큰 상처를 받았다. 가벼운 사람들의 입놀림에 의해 내 온 전 생애를 바쳤던 일과 나에 대해 훼손을 입었다 .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죽는 것이 아니면 다 된다고 생각하며 이성으로 내 몸을 눌렀다. 그런데 숙면이 안 되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버린 것이 몸이다.

몸은 이성으로 눌러도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을 한다.
그래서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닌데 말짱하게 깨어나서 도대체 잠이 오질 않았다.

새벽 3시에 할 일이 무엇인가!
마음을 비우는 백팔 배를 하고나서 어둠이 가실 즈음 북성산에 올랐다.
늘 가는 길, 10년 동안 걸어갔던 그 길을 걸어 소나무 숲에 이르렀다.

머리에 두건을 쓴 여성이 있었다.
60대 중반을 넘어선 이로 보이는 여서이 갑자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세 살짜리의 웃음을 얼굴에 가득 담고.
"안녕하세요?'"
갑자기 당황하면서 마주 인사를 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저 쪽에서 같은 연배의 남성이 당황한 듯 와서 말했다.

"제 아내입니다. 뇌수술을 한 아내입니다. 3년쯤 되었는데 과거는 잘 기억하는데 어린아이가 되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그렇듯이 그녀는 꽃잎처럼 환한 미소를 가지고 연실 웃고 있었다.

나는 처음 본 여성의 어깨를 덥석 안아버렸다.
내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그 세 살짜리 마음을 가진 여성이 내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 여성의 남편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고.

이른 아침, 하필이면 10년을 걸어도 만나지 못했던 이들이 왜 갑자기 나타나 내 온 존재를 닦아내고 있는 걸까!  

그 순간 어제에 이어 새벽까지 이어지던 나의 억울함을 넘어선 존재의 고뇌가 다 어디론가 휘발되어 버렸다.

사람이 죽기 전에 저와 같이 어린아이에 이르러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엄청난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악다구니 쓰다가 쓰러지는 순간도 모르고 가는 인생이 얼마나 허다한가!
사람의 마지막에 이르는 순간을 감히 장담할 자가 있을까?

어린아이가 아니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하나님의 아들 신이며 인간이었던 예수께서 설파한 말씀의 진수. 족히 깨달은 자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것.

우리는 너무 어른으로 살기에 지친다.
경계가 너무 많고 좋고 싫음도 너무 많고 자존심의 상처도 너무나 많아 날마다 원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할큄을 당하고 할퀴고 산다.

5월의 이름으로 용서를 허락해야 한다.
오늘 지고 갈 무게는 오늘에 족하다.

용서를 하지 않아 지고 가야할 너무 많은 무게들로 죽을 것 같은 인생을 하늘은 허락하지 않는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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