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봉 본지 대표이사

하루가 다르게 아침의 해와 하늘빛이 감동적이다. 가을 하늘빛은 생명들에게 어서 알알이 꼭 차게 여물고 익으라며 쉬지 않고 따갑도록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 같다.

여름이 질펀하게 판을 벌려놓았다면 가을은 매무새를 바로 하도록 만들고 버릴 것은 버리고 알차게 채울 것은 빠르도록 채우게 하는 힘과 익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침 가을 햇살은 그토록 높고 청명하고 아름다워서 반할 수 밖에 없다. 날마다 만난 햇살, 적어도 51년 동안 수도 없이 바라보았을 그 햇살이 질리지도 않고 그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구름이 한 폭의 치맛자락처럼 해를 두르고 있었지만 역시 그 사이로 비치는 강렬한 붉은 빛은 대단한 에너지이다.
정말 대단한 것들은 그대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다.

'좋다'와 '싫다'는 구분조차 불가하게 그대로 반하게 하는 힘, 그런 힘들과 신명나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엊그제 밤,  잠들었다가 송사로 힘들어 하는 이의 힘겨운 전화에 그대로 잠이 깨어서 도대체 다시 잠이 오지 않아서 혼났다.

사람은 잠잘 때 자고, 먹을 때 먹고 일할 때 일하는 것이 맞다. 사람도 기계와 같아서 자꾸 억지를 부리고 돌려대면 고장이 나게 되어 있다.

고민되는 일이 있어서 날밤을 새우는 일들이 정말 없어야 제대로 사는 것이다. 사는 듯이 산다는 것은 날이 밝으면 일하고, 어두워지면 자야 한다는 간단한 원리이다.

몇 십년을 살아도 그렇게 살아야 병이 안 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기계도 닦고, 기름을 치고, 조이고 그렇게 반복적으로 살펴야 하듯이 마찬가지이다. 잔고도 없는 상태로 계속 빼어서 쓸 수 있는 힘을 인간은 가지고 있지 않다.

같은 잠을 자도 저녁에 자면서 회복되는 힘과 낮에 자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벼이삭이 여무는 힘도 낮에 피고 밤에 자는 까닭이고 이것에서 변화가 오면 이삭이 잘 안 여문다지 않는가! 삶은 가장 간단한 원리 속에서 신명나게 자석에 끌리는 듯이 사는 것이 옳다.

사람으로 살면서 아닌 일을 가지고 힘겨워하며 여러 세월 지나면서 병이 안 나면 이상한 거다. 정말 좋은 일이고 옳은 일이라고 하면 저절로 신이 나서 그렇게 순리대로 일이 풀려가게 되어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자신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자신을 거스리지 않는 일부터가 시작이다. 생물학적으로 일단 잘 때, 자고 먹을 때, 먹고 절제된 생활이야말로 바른 생각으로 이끌어 주며 이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의 잘못보다는 자신의 세계의 순서가 바로 놓여질 때 세상은 달리 보여진다.

세상은 다 거기에 있었다. 변하는 것은 자신이고, 그 변한 눈으로 바라볼 때 세상이 그렇게 달리보이고 아름다울 수 있는 거다.

사실, 몇 십년을 살고 나서도 막상 아픔이 찾아와 자리에 누우면 지난 세월이 꿈결 같았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렇게 긴 세월 산 것 같아도 한 백년을 못사는 인생인데 이왕이면 더 좋은 꿈과 현실을 만들고 나누며 살 일이다.

자신을 주체적으로 살아낼 수 있는 사람만이 어떤 경우가 되어도 힘의 균형을 잃지 않게 된다. 그냥 정신없이 달려가기엔 인생이 너무 짧고 아깝다.

봄인가 했더니 여름이고, 여름인가 하면 가을 아닌가! 남편과 앉아서 우리가 만난 인연을 생각하며 말하자니 30년 인연지기였다. 1980년에 만나 이리 저리 애지중지 부부 인연되고, 아들 딸 낳고 아옹다옹 싸우고 며칠 산 것 같은데 30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30년 동안 뭐하고 산거야?"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고 동시에 말하다가 씁쓸함과 인생의 허망함에 웃고 말았다. 지난 세월 속에 늘 마음은 스물 네 살 이상을 살아보지 않은 것 같은데 귀밑머리가 하얗게 물들어가다니, 먼저 살아본 이들을 바라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수없는 시간을 자신들의 내면과 외면을 닦아가며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개 속을 잠시 거닐은 듯이, 아니면 잠깐 꿈을 꾼듯이, 그렇게 짧은 인생아닌가! 인생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당신 뭐하고 살았어?"라고 물으면 얼른 대답이 나오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굽이굽이 살아있는 시간이 되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 아닌가!

잘 산 것 같았던, 못 산 것 같았던 이제는 하루 하루 더 좋을 수 없듯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 일이나 그 사람을 생각하면 정말 신이 나는 쪽으로 선택하고 또  신나게 살자.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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