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다가도 변신을 하기 위한 것처럼 슬그머니 혼자의 시간으로 도망을 온다. 그리고 아침 저녁 빼놓치 않고 하는 일이 있다. 고요하게 홀로의 시간을 충분하게 갖는 일 말이다.

직업이 직업이니만치 늘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사업이 안 된다. 항상 열려있다. 사람만나는 것이 직업이다. 어떤 이를 만나도 느낌을 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정말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참 좋은 일이기도 하다. 희망도 만나고 절망도 만나고 암울함도 만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기억도 정서적으로 한다. 사진을 찍듯이 그 상황을 그대로 입력해 버린다.

다른 것은 잘 잊어버리더라도 사람과의 약속이나 그 상황 어떤 옷을 입었는지, 표정은 어땠는지 등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늘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리고 연결이 되는 순간부터 많은 이들의 인생 속에 같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의 반복이기도 하다.

들어주고 대꾸도 해주고 대부분은 상담의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것은 그사람이 나이고 내가 또 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솔직하게 공짜 강의도 많다. 강의 후 주어지는 물 한 잔이 전부인 강의를 하면서도 목소리는 왜 그리 크게 나오는지 모른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살아있으니까. 답은 간단하게 그것뿐이다. 이번 주에도 네 건의 강의가 있다. 

정말 말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건지 알지만 절대로 작은 강의든 큰 강의든지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든지 아니든 그것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두 눈이 반짝이는 부딪침이 있는 진짜 에너지의 교류를 경험하는데 꼭 수많은 청중이 필요하지는 않다.

한 때는 나는 왜 이리 공짜 인생 인가 하는 맘도 가져보고 말도 투덜거린 적도 있었다. 사람들은 왜 내 능력은 다 공짜로 보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 생각에 사로잡혔을 시절에 암으로 수술을 하면서 경을 쳤다.

그래서 “공짜로라도 폐기처분하지 말고 오래 써 주세요”라고 혼자서 빌었다. 특히 어르신들을 위한 강의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마음으로 시간을 냈다.

처음 수술하고 정말로 몸이 쇠약할 때에도 말을 할 때면 비지땀을 흘리면서 그분들과 함께 공유했다.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천상천하에 정말로 홀로 서야만 했었던 아픔을 알았을 때 더 커졌다. 나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방사선 치료를 위해 그 커다랗고 검은 공간에 나혼자 두고 방사선 기사가 문을 닫고 나가서 벗겨진 채로 그 무서운 광선의 빛에 노출되어 있었던 나 자신을. 그때, 혼자서 아무도 손잡아 줄 수 없는 세상에 나 혼자 있다는 절박함과 암울했던 시간을 깊이 경험하면서 눈물과 함께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

때로 사람은 아무도 주위에 없는 무인도 같은 곳에 홀로 서 볼 필요가 있다. 그 고독한 아픔 속에서 나오는 신비한 힘을 경험할 필요가 정말 있다. 정말 너무도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홀로 결단하는 거다.

단독자로서, 그리고 아무도 손 잡아 주는 사람이 없는 그 자리에서 그 자신만이 얻을 수 있는 힘으로.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채  홀로 서 있어본 사람은 안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감히 행복해 해야 함을.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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