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노라면 얼굴이 스스로 환한 것을 느낀다. 아침이면 밤새 떨어져 있는 밤 한 톨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마음이 가는 일을 할 때는 늘 마음도 몸도 동그라미가 되어있는 것 같은 느낌 속에 있다.

요즘, 미래신문이 새롭게 지면이 나아가면서 많은 분들에게 인사를 받고 있다.
사실 미래신문이 새로운 지면과 구성이 되면서 가까운 이들이 정말로 아끼는 인사를 한다.
엊그제도 잘 아는 분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 좋기는 좋은데 한 번 나오고 안 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전화를 주셨는데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마음으로 받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경험을 통해 결코 도망갈 수 없는 일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그만 두고 싶어도 해야 할 일 이 있음도 알게 된다. 물론 목숨이 왔다 갔다 할 때는 다 내려놓아야 할 일 인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 살아있는 동안에는 내려놓거나 중단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미래신문을 하면서 이제 그만 내려놓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때가 여러 차례 였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 않는 우여곡절을 겪어 지금에 이르렀다.
“문을 닫더라도 일이나 실컷 해보고 닫아야 한다”는 직원들의 열성이 새로운 지면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28살의 열정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안다.

“우리 생물학적인 나이가 아니라 심정적 나이 28살로 살자” 그렇게 말하면서 28살에 그리도 좋았던 젊은 이미지를 가져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에너지의 흐름이 정말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다.

또한 신기하게도 많은 일들은 나의 뜻만으로 이루어지지도 않거니와 맞물려 있는 인연들의 수레바퀴 속에서 같이 굴러가고 있고 이탈될 수 없음을 느낀다. 정말로 그렇다. 그러니까 어거지로 혼자서 힘을 잔뜩 주고 서 있을 필요가 없다.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리듬을 타야 한다. 지나친 욕구나 저항은 우리를 그만큼 더 힘들게 할 뿐이다.가야 할 때라고 느끼면 가고 멈출 때는 멈추어야 한다. 어쩌면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속에서 공존하고 있음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 아닐까?

그래서 간혹 내게 보이는 세계에 연연하여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실재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낭패를 보고 만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어떤 이가 어떤 자리에 있는 것은 다 인연이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회장님이든 큰 회장님이든 물같이 흘러서 그 자리에 잠시 있다가 또 흐르는 세월이 그를 데려갈 일이라고 느낀다.

내 개인적인 모습을 보아도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바쁘게 돌아가던 기계적인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다 바뀌었다. 먼저 산에 가서 맑은 마음을 충만하게 하고나서 먹고, 만나고, 나누는 모습으로 말이다.

내가 행복하고 충만하면 나는 자석과 같이 끌어당기는 사람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전달될 때 그대로 “예스”가 되는 것, 그리고 아무리 거절을 당해도 흔들리지 않는 온전한 상태를 경험한다.

간혹 준비가 안된 모습으로 시작한 하루는 영락없이 낭패를 당한다. 불의의 습격을 당하듯이 나에게 온 어떤 사안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후회할 일을 만든다. 그래서 더욱더 고요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중이다.

마음을 놓쳐버리는 것이야말로 정말 경계할 일이다.

그렇게 괜찮아 보였던 자신이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것을 스스로 본다는 것은 결코 즐겁지 않다. 정말 밥하고 살림하는 모습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면서 나를 찾아가는 일이다.  솔직하게 더 나를 편안하게 한다. 마치 나에게 잘 맞는 옷을 입고 있을 때 옷과 내가 하나가 되어 나누어지지 않는 것과 같이 말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어울리지 않거나 편해 보이지 않아도 자신만이 아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하는 일은 있게 마련이다. 너무나 아파서 그 고통스런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제외하고는 조금 정신이 들자 다른 일속에 서 있노라면 결코 나를 잘 발견할 수 없는 상태를 경험했다. 

나는 그냥 웃었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아서 일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좋다.
대부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만나는 일이고 누구든 인터뷰를 할 때 그 사람의 인생이 참 감동스럽게 내 가슴으로 들어오면 저절로 손을 내밀어 꼬옥 잡기도 한다.

그리고 그 여운은 다음날 까지 내게 향기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세찬 바람에 가냘프게 일렁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반짝이는 희열의 빛을 만날 수 있는 일 속에 있다면 나에게 그것이 보약이 아닐까?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보약이다.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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