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아무런 갈등이 없다면 그것은 아마 살아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의 일상이 날마다 쓰레기를 생산하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은 늘 생각의 쓰레기를 치워야 할 일도 많고 갈등하는 상황을 풀어갈 일들도 많다.

“다 내려놓으라”는 행복한 포기를 갈망하면서도 정말 그렇게 내려놓기까지는 쉽지 않은 단계를 거쳐야 함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어쨌든 살아가면서 숨이 막히는 듯한  불편함이 늘 우리와 가까이, 혹은 자주 그 얼굴을 드러낸다.

남편, 혹은 자녀들 그리고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가까운 타인들이 심심치 않게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와 같은 존재들이라고 하지만 참 마음도 가지가지, 생각도 가지가지, 느낌도 가지가지 인지라 혼란스러움을 경험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수 도 있다.

어쨌거나 삶을 너무너무 사랑하다보면 나와 그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정말 빨리 빨리 제거해야한다고 느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좋았던 인간관계에도 엄청난 녹이 쓸고 말것이다.

최근에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단 하루도 묵은 찌꺼기 속에서 괴로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상대방의 몫은 상대방에게 맡겨두고 나의 불편함들은 정리해내고 있다.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나”를 이야기하고 전달하고나자 신기하게도 얼마 전까지 목을 짓누르는 것 같은 무게감이 없어졌다.

그리고 길에서 그를 다시 만나는 순간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정말로 햇살처럼 환하게 인사할 수 있었고 맛있는 차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이후 나는 아무런 불편함의 부채가 없다.

왜냐하면 불편한 것들을 미루거나 정리하지 않으면 그것들이 결국은 내면으로 들어와 엄청나게 자신을 억압하고 있음과 소위 가위가 눌리는 듯한 상황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불편한 현실은 무의식의 세계에까지 마구 침범한다.

잠을 푹 자고 싶어도 꿈속에까지 와서 마구 괴롭히고 할퀴는 것이 계속 불편함을 유지하는 데서 오는 결과이다. 몸과 마음이란 것이 솔직하게 나누어져 있다면 좋으련만 마음이 불편하면 곧 몸이 불편해진다. 그러므로 최선의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하나의 판단기준을 세웠다.
‘이 사안이 내 생명을 살리는 방향인가 아니면 죽이는 쪽인가?’그렇게생각하면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생명력의 적당한 잔고가 있는 상태에서야 배짱도 부릴 수 있겠지만 정말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늘 하루하루를 최선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모든 것은 생명이 원하는 쪽으로 결정하고 있다.

오랫동안 불편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내 생명을 깍아내리는 독이 되는 것을 알고서야 잠시라도 유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늘 새털처럼 가벼워야 하는데 불편한 침묵속에서 무겁게 입을 다문 자화상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지옥인가? 때로는 안전하게 불편한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겉으로는 더 잔잔해보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나의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끊임없는 전쟁을 치루는 것을 계속한다는 것이 좋은 것일까? 살아보니 잠시도 그리하고 싶지 않다.

또 자칫하면 나와 그를 갈라놓게 하기 때문이다. 여름날 내렸던 장마비의 눅눅함을 가을햇살이 가볍게 걷어내듯, 불편함을 걷어낼 일이다. 불편한 침묵은 독이다.

몸부림을 쳐서라도 깨어나야한다.
그래서 생명의 빛이 그대로 환하게 깨어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환한 생명의 빛으로 구름 위를 걷듯이 발뒤꿈치 가볍게 디디고 걸으며 그렇게 살 일이다.

무거움이 없는 일상, 그것이 환상적인 인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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