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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유산과 버릴 유산유인봉 칼럼

김포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보상과 유산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생기고 있다.
땅이 들썩이면서 마음도 들썩이고 속상한 일들 때문에 그야말로 개인적으로는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힘든 일들을 경험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일들이 내게 무슨상관이 있으리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이들도 그 속에 휘말리고 있다. 하지만 바람이 부는 곳에 서 있으면서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가까운 분들 중 두 분의 이야기다.

70대인 한 남성은 자식에게 이미 크지는 않지만 유산 분배를 끝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본인의 몸이 아픈 상태인데 약값이 고민이다. 날마다 들어가는 약값이 높은데 이미 본인이 감당하기가 어렵다. 다시 자식에게 땅을 팔자고 하기도 어렵고 정말로 난감한 상태다. 조용히 죽었으면 하는 것이 그이의 솔직한 마음이다.

또 한 여성은 자신의 사업을 자식이 그대로 이어받았다.
세상사 겉으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인데 자신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느껴져서 한없는 우울함 속에 있다. 아직 60대가 아닌 젊은 마음에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자식은 분가까지 했고 신종 보안시스템이 되어있어 이사할 때 빼고는 가본 적이 없다. 마음대로 문을 열수 없는 남의 집이 되어버린 자식의 집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져 잠도 못잔다.

이들의 예에 비해 다른 한 남성은 엄청난 유산을 자식들이 받을 수 있는 부자 아버지이지만 절대로 자식들에게 분배를 안하고 있다. “나 죽으면 마음대로 하라”고. 그래서 그런지 그 집안의 분위기는 늘 호랑이아버지가 주도권을 행사한다.

이미 50대가 넘은 아들이 벌쭘하게 아버지앞에 서 있는 모습은 참 민망하다. 이러 저러한 가정사의 일들이 다 원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부모가 주도권을 쥐면 자식들은 기를 못 펴는 사람살이를 하는 듯하다.

반대로 일찍 주도권을 넘긴 이들은 그토록 비탄한 마음으로 삶을 살고 있다. 또한 물질의 위력으로 자식을 비롯해 타인에게 온갖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름답지않은 그림이다.
물질이라는 것이 근본이 되는 사회이므로 물질로 보여지지 않는 것들은 다 값이 없다. 많은 유형무형의 유산이 내게도 들어있음을 늘 보고 있다.

친정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형제마다 경험한 부분이 다르기도 해서 만난 사람의 아버지가 다 다르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떤 형제는 혼나던 그림, 부정적이었던 기억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내게는 늘 무엇인가 애쓰시던 아버지의 그림이 있다.

사람은 늘 떳떳해야 한다고, 어디 나들이를 다녀오시면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들을 모두 꺼내놓으시고“이제는 주머니에 먼지 밖에 없다”고 말하셨다. 연세가 일흔넷이셨을때 아버지는 여섯남매와 함께 고향으로 가는 마지막 차를 타셨다.

차안에 누워서 마지막으로 강조하신 말을 여섯남매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다 기억하고 있다. “형제간에 우애있게 살아라!…” 그리고 다시는 서울로 돌아오시지 못하셨다.

많지 않던 유산은 네명의 딸들이 아닌 아들들에게 갔다. 단 한마디의 불평없이 자연스레 이루어진 일이었고 이의를 달 일이라고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6남매는 아무런 한도 없이 서로 형제를 불쌍히 여기며 싸래기 한 톨이라도 더 나눠주고 보태주려 애쓴다.

정말로 갈등을 겪다가 아름다운 결과로 잘 열매를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도 있다.
늘 모시던 연세가 높은 어머니를 시누이 집으로 모시게 한 뒤 갑자기 눈이 안보이던 며느리를 통해 유산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그동안 불분명하던 유산을 사이좋게 나누기로 하면서 다시 실명위기에서 감쪽같이 눈이 나아버린 얘기를 들었다.

   
아무리 물질이 눈앞을 가리는 세상이지만 바르게 걸어가야할 길이 따로 있음을 확실히 느낀다.

돈, 꼭 필요하지만 살아있는 날에만 필요하다. 바르게 써야한다. 다른 사람은 다 속일 수 있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가부장제하에서 형제들과 불분명했던 소유권 때문에 울고 웃는 형제들의 이야기가 신도시를 둘러싸고 분분하다. 정말로 아름다운 부자들의 정겨운 이야기를 소망한다.

과정의 고통을 넘어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런 속 깊은 삶이 단지 이상이기만 할까?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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