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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날씨를 묻지 않고 사는 까닭유인봉 칼럼

 언젠가 모임의 한 식구가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전화를 했다.

“뉴스에서 보니까 인도에서 큰 사고가 났는데 혹시 아들은 잘 있는거야?”

그 순간  솔직히 고맙다기 보다는 내게는 하나의 고통이 전해졌다. 잘 있으려니 믿고 기도하면서 사는 것이 더 편한 어미의 맘이었다. 어차피 같이 있어줄 수도 없고 해 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마음이 아프고 몸이 달아보았자 무엇이 도움이 된단 말인가!

때로는 누군가 걱정해준다고 하는 말이나 위로, 혹은 정보라고 하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그저 수많은 말보다는 조용히 옆에 서 있어 눈길로 마음을 읽어주는 나무 같은 사람이 좋다. 제일 좋은 답을 찾는 일이나 실행도 본인이 아니고는 안된다.

큰 뜻에  동의한 것이라면 그 밖의  소소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애통할 것이 없다. 본인이 계획한 일에 다른 사람의 동의나 정보를 구하는 것도 그렇다. 정보는 늘 정보일 뿐이다.그 정보의 선택권은 내게 있다. 정보에 휘둘릴 것은 없다.

때로 우리는 늘 뭔가 정보를 알아야 살 것 같은 생각에 빠져 살기도 한다. 또는 정보에 뒤지면 안 된다는 생각과  두려움 속에서 허둥대고 사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정보는 걱정에 걱정을 더할 뿐이다.

그리고 발목을 잡는 일이 많기도 하다. 그래서 언젠가 부터는 사실 일기예보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로 했다. 내일의 날씨 걱정 때문에 오늘의 상쾌함을 잃어버리기가 섭섭해서다.

내일은 날씨가 어떻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 때면 웬지 걱정하나 더 붙잡고 자는 기분을 느끼지 않는가! 물론 날씨에 민감하지 않으면 안 되고 울고 웃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눈만 뜨면 산에 가다보니 어느 날은 지나치는 사람의 수가 매우 적은 날이 있다. 영락없이 늘 날씨 때문이다. 날씨가 사람들에게 많은 행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바람 부는 날, 춥다는 날, 비오는 날, 눈오는 날과 같은 날씨들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날들은 그런 날의 분명한 매력이 있다. 안개가 낀 날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일찍 나가지 말라고 하지만 아득한 안개 길을 걸을 때는 꿈길을 가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주위에 시선을 빼앗기기보다는 한 발 한발 자신의 발자욱에 마음과 시선을 모을 수 있어 좋다.

산위에 올라 한치 앞도 안보일 때도 산 아래 저만큼 아파트가 있고 시원하게 뚫린 도로가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내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있는 어떤 세상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어 좋다. 

바람이 뒤에서 밀어줄 때의 실려 가는 느낌, 비오는 날 우산 속에 파묻혀 걸어가는 오붓함, 모든 것이 하얗게 가려진 하얀 별천지의 발자욱, 그것은 전혀 새로운 만남이기도 하다. 

또  숲에서 혹시 바람소리가 파도소리처럼 요란해도 실제는 그리 춥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 바람은 가지 끝에서 요란하게 불고 있어도 나무 밑둥치는 고요하다.

가끔 바람소리 요란한 숲속에 앉아 고요한 행복을 감미하다보면 아늑해지는 느낌이기도하고 엄마 품처럼 포근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도 태풍 속에 있어도 어쩌면 고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것은 날씨에 대한 정보 없이 그냥 우선 길을 나선 까닭에 얻는 느낌이요 행복이다.

틱낫한 스님 같은 이는 그래서 걸을 때도 대지에 입 맞추듯이 한걸음 한걸음 정성껏 걸으며 깨어있을 것을 권한다.

물론 대지와 온 우주의 기운이 걷고 있는 자신의 온몸으로 들어오는 것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경험과 느낌은 유익하다.      

때로는 수많은 충고와 관심 그리고 정보가 갈 길을 막기도 하겠지만 일단 우선 길을 걸어갈 필요가 있다.

이것저것 다 따지다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 차라리 천리길 한 걸음부터 걸어가면서 새로운 질서와 새 샘물을 만나면 어떨까?

세상에는 네모난 텔레비전에서 전해주는 각종 걱정거리나 나쁜 사람들보다는 더 살만하다. 절망하기엔 더 악착같이 살면서 하고 싶은 일, 너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유인봉  dk@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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