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산자락에 집이 있고 실개천이 흐르는 곳에 당산나무 하나쯤은 있는 것이 마을 풍경이다.

그러나 토지를 근본으로 하는 농경 사회는 직업이 다양화된 산업사회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마을 문화의 근본을 다르게 하고 있다. 마을마다 대부분 공장이 있고 주민들도 촌수로 이웃한 동네에서 공장에 근무하는 외국인까지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논과 밭농사에서 구성된 두레는 교과서에서나 읽을 수 있으며, 읍과 면 단위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척사 대회나 단오 행사, 경로잔치 정도이다.

사랑방에 모여 농한기를 보내던 문화도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10여년 사이에 대단위 아파트들이 세워지면서 김포도 마을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도시화 되어 가고 있다. 땅을 근본으로 하는 생활 문화를 이어가는 차원에서 몇 가지 내용을 제언한다.

ㆍ마을의 생활문화 조사

각 읍, 면 단위도 곧 아파트 택지 조성에 들어간다. 대단위의 아파트 조성은 마을의 개념을 바꿀 것이다. 최소한 몇 백 년 살아왔던 터전과 마을 문화의 명맥을 이어왔던 사람들은 거주지 이전으로 흩어지게 된다.

현재 마을 회관에서 마을 문화의 지킴이를 하고 계신 어른들을 찾아가 마을의 내력과 선조들의 생활문화를 채록하여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

ㆍ아파트 단지 내에 마을 문화 보존 

땅의 모양을 바꾸어 아파트를 건립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 땅에서 수백 년을 살아왔던 사람들과 동식물들을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정체성이 땅에서 시작된 문화이고 인간이 살아가는 정신의 샘물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공원을 비롯하여 공공의 시설물이 들어설 것이다. 그곳에 택지 조성 전부터 마을의 나무를 비롯한 각종 식물과 마을의 형태를 모두 사진으로 촬영하여 보존하자.

ㆍ식물과 생활 문화 자료를 공원으로

마을에 있던 오래된 나무 등을 아파트 단지 공원으로 옮겨서 계속 그 뿌리를 이어가게 하고 꽃을 비롯한 대표적인 식물들을 공원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조성하자. 마을에서 사용했던 석조물 들은 그 동네에 세워지는 아파트 단지 내에 보존하는 방법을 찾아, 후손들의 교육적인 자료로 활용하여 문화의 정체성을 갖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장례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상여 집도 공원에 옮겨서 보존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ㆍ지표 조사

통진읍 마송에서는 아파트 공사를 중지하고 한국문화보호재단에서 발굴 조사를 하고 있다. 관심 없이 지나치기 쉬운 곳에서 선조들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뢰와 조언을 받아 중요한 곳은 지표 조사를 통해 선조들이 살아왔던 흔적들을 찾아야 한다.

수천 평을 조사하여 돌칼 하나가 나오거나 나오지 않더라도 조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해야 한다. 문화도시는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ㆍ마을 동산을 남기자

생명의 터전인 작은 동산을 보존하자. 낮은 곳을 메우기 위해서 큰 산과 동산을 허무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 동산만큼은 보존하여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노력의 흔적들을 후손들에게 남겨 주자. 또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수백 년을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뿌리가 될 수 있다. 평지에 맞춘 인위적인 놀이터 식의 공원은 식상할 뿐이다.

생활 문화는 단절이 아니라 변화할 뿐이다. 단절은 생명에 위협을 주는 형태이며 변화는 이롭게 하는 것이다. 산과 나무와 물길을 거스르지 않고 공존하면서 살아왔던 선조들의 마을 문화를, 변화하는 도시에 접목하여 문화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는 토양이 되도록 하자.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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