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김포 대곶면에 있는 대명포구를 찾았다. 파장 무렵에 물고기를 판매하는 대명어항의 이곳저곳을 구경을 하다 반갑게도 웅어를 만났다.

주인아주머니와 웅어와 우여 이야기를 나누고 망설일 것 없이 웅어 만원어치를 사가지고 왔다. 아쉽게도 웅어는 제철이 조금 지나 굵어진 가시 덕분으로 방해는 받았지만 역시 웅어 무침의 그 맛은 아직도 전설처럼 혀끝에 미각이 살아있었다.

대명포구는 서해안에서 길어 올린 다양한 물고기들이 싱싱하게 파닥거리고 있는 김포의 보배로운 곳이다. 미식가들이 봄 주꾸미와 가을 낙지라고 불리는 싱싱한 주꾸미를 비롯하여 동네 아저씨 이름 같은 삼식이와 바다 가재, 숭어, 게 등등의 물고기들을 사시사철 볼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4월과 5월초에 만날 수 있는 물고기가 바로 웅어다. 그런데 웅어처럼 별칭이 많고 이야기가 많은 물고기도 드물다.

웅어는 은백색 작은 물고기로 서해안에서 대명포구로 들어오면 ‘웅어’가 되고 충청남도 강경포구로 들어가면 ‘우여’가 되며, 다시 강경에서 금강을 따라 부여로 거슬러 올라가면 ‘의어(義漁)’로 바뀌는 역사의 반열에 올라있는 물고기로 공식 학명은 웅어다. 웅어는 이와 같이 우여와 위어 또는 의어로 불리기도 한다. 

웅어는 서해안과 남해안 중국연안 등지에서 서식하며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곳에서 산란한다고 한다. 웅어는 강화도 밴댕이와는 다른 종류로 고기 맛이 담백하여 4월부터 5월 초까지 먹을 수 있는 물고기로 부여와 강경의 식당가에는 이때만 되면 우여회가 성황을 이루고 대명포구에서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담백한 맛이 뛰어난 우여회는 천년을 두고 내려오는 맛이 일품이다. 우여는 백제시대 의자왕이 즐겨먹었다는 일화가 있으며 백제 멸망당시에는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 궁중의 최고 보양식이 우여였다는 것을 알고 어부들에게 잡아 오기를 명하였으나, 우여들이 모두 깊은 물밑으로 피신하여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웅어를 잡았더라도 소정방이 먹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을 것이다. 백제가 패망하는 660년 7월이면 웅어는 가시가 굳어져 회로는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구전설화에 의하면 백제 멸망 후 당나라 소정방은 의자왕을 비롯하여 많은 백제인들을 당나라로 인질로 압송하는 과정에서 금강(錦江)의 웅어들이 포로 선단의 뱃전에 몸을 부딪쳐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임금에게 의리를 지킨 물고기란 뜻에서 부여지방에서는 의어(義漁)라고 부른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초봄에 웅어를 잡아 왕가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웅어의 맛은 일품임을 증명한다. 산란을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는 웅어는 이와 같이 많은 이들에게 입맛이 없는 봄날에 가시가 없을 정도의 은백색에 초고추장을 섞어 미나리와 더불어 무침으로 버무려 먹는 우여회는 다른 물고기회를 먹는 것과는 다른 맛을 느낀다.

부여(夫餘) 갓개포구에서는 웅어를 백제시대 의자왕에게 진상했다는 천년세월 동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매년 4월이면 ‘갓개포구 우여축제’를 열고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3대 시장에 들었을 정도로 번창했던 강경포구의 영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으며 금강하구둑 건설로 물고기들도 옛날처럼 잡히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강경포구와 부여를 중심으로 매년 4월이면 우여가 산란하기 위하여 강(江)으로 돌아오는 시기를 따라 사람들도 천년 세월의 우여 맛을 보기위해 그렇게 발걸음을 한다. 웅어는 보리 모가지 피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절기와 시간을 가르치는 말씀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그것은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현상에 따라 경험으로 기억하여 생활의 달력으로 삼았고, 웅어는 그때쯤이면 가시가 굳어지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작은 물고기 하나에도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그것은 후손들이 역사의 의미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남기는 지혜로움이다.

대명포구와 인접한 곳에서 원나라의 침입으로 고종은 강화도로 피신 중에 뱃길을 인도하던 손돌을 의심하여 참수하게 된다.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죽음을 슬퍼하던 많은 웅어들은 그해 자취를 감추었다는 이야기는 비약적인 소설일까? 웅어를 만나 천년 세월을 유영할 수 있는 시간으로 회귀하여 대명포구에서 세월의 여유로움을 가져본다.

대명포구는 초지대교 건설이후 판매가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또한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격으로 솟아나는 그 흔한 축제 하나가 없다. 그것은 축제로 사용할 만한 소재가 없어서일까? 의문이 든다. 대명포구도 축제의 소재들은 무궁하다.

그러나 축제를 한다고 당장 사람이 몰리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나, 다른 지역과는 차별성이 있는 축제든 행사든 연구하고 실행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대명어항은 경제성을 높이는 포구의 기능과 김포 시민의 삶의 다양성을 볼 수 있는 바다와 물의 문화가 꽃피는 문물이 만나는 장소로 다시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정현채님은 통진고등학교 교사로 (사)전통문화예술연구소 기획이사와 김포통진두레놀이보존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현채  정현채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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