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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감자, 햇양파, 그리고 완두콩
   
▲ 유인봉 대표이사

월요일의 아침, 사무실 식구의 둘째오라버니가 대파모종을 한 다발 가지고 왔다. 햇감자, 햇양파, 그리고 완두콩까지 고향 예산부터 가지고 올라온 터라 형제들마다 7형제에게 나누어 주는 거라 했다.

요즘같은 세상에 형제지정에 눈이 크게 커지는 감동을 받았다. 값으로 치면 사먹는 것이 원래 싸다고들 생각하지만 형제들이 농사를 지어 형제자매애를 더해서 나누는 모습은 이제 보기 드문 아름다운 광경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세상에 형제들의 대소사와 식탁을 같이 공유해 오고 있는 우리 사무실 김선생의 형제자매들은 그래서 언제나 내겐 보석 같은 가치를 선물하고 있다.

어린 대파모종은 텃밭에 심으라 한다. 올해 유난히 파 값이 비싸던 터라 한 다발의 파를 사오면 잎사귀만 떼고 다시 뿌리를 심어 자라는 대로 조금씩 파를 먹던 터여서 어린 대파모종이 다시없이 반가웠다. 해가 질 무렵이면 심어볼 요량이다.

요사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한 일이 밭에서 풀들과 놀고 있는데 나름대로 치유의 현장이다. 상추보다 토마토보다 오이보다 더 빨리 시도 때도 없이 자라는 풀을 손으로 뜯어서 닭들에게 던져주면 닭들조차 “꼬꼬닥” 하고 내는 소리가 다르다.

그토록 행복해하는 듯이 보인다고나 할까! 잠도 안자는 듯이 소리 없이 올라오는 풀들은 참 자라기도 잘 자란다.

그 많은 풀들을 손으로 잡아 뜯다보면 손톱 밑이 까맣게 물이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흙을 만지고 풀을 만지는 일들이 힘들지만 자꾸만 손이 가고 반복하게 된다. 장갑도 끼지 않고 맨 손으로 만지는 풀의 촉감과 땅의 감각은 몸이 좋아하는 본래적인 것이었을까!

나이 드셔서 힘들다고 밭에 나가시지 말라고 해도 틈만 나면 밭으로 달아나셨던 시어른들 생각이 이제사 난다. 그 어른들 나이 언저리가 되어 갈수록 더 흙과 가까이 하다가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시간일 걸까!

이번 주말내내 풀일만 했다. 마음을 쥐고 있던 일들이 머릿속을 누르고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중에도 연실 뿌리를 깊이 내린 쑥들을 잡아 뽑다보니 내 고통도 뽑혀나가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깨도 아프고 허리가 욱신거리지만 왜 그토록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지, 얼굴이 땀 범벅이 되도록 하고 있는지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저녁엔 머리를 베개에 대면 그야말로 몇 분 안에 잠이 들어버리는 것은 물론이다.

풀일을 하는 것, 요즘처럼 성취도가 없는 삶의 한 가운데에서 엉클어진 마음의 잡초를 뽑아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결코 선반위의 도자기 같지도 않고 비단결 같지도 않다. 때로는 헝크러진 머리카락처럼 뒤죽박죽이기조차 하다. 나이를 잊고 사는 것도 그렇고 나이를 기억하고 사는 법도 가볍지도 만만하지도 않다. 때로는 나이 값을 하고 살고는 있는 것일까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한 해살이 풀들조차 여름이면 맹렬하게 자란다. 깎아주고 돌아서면 일주일내에 무성해진다는 농부의 말이 귓가에 남는 것은 그만큼 생명은 작고 큰 것과 관계없이 본 생명의 속성대로 무섭게 살아낸다.

그 풀들과의 경쟁속에서 열매를 맺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들은 또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또 하루의 우리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고귀함이다.

햇감자를 무쇠솥에 쪄내니 분이 뽀얗게 나온다. 햇감자의 따끈한 맛에 마음이 차오른다.

땅위로 맨몸을 드러내서 건져진 햇감자와 햇양파, 그리고 완두콩 맛으로 더운 온도조차 뿌듯하다.

유인봉 대표이사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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