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또한 일정한 가락에 맞추어 발걸음을 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가락을 익히는 것도 어렵지만 장구를 메고 가락을 치면서 가는 것은 처음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와 같다. 특히 어른들은 발걸음을 머리로 외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렵게 시작한다.

오래전에 “산중무예 기천문(氣天門)”를 하고 있는 후배에게 대금 가락에 맞추어 진검(眞劍)으로 검무(劍舞)를 하는 공연제의를 했었다. 그 후배와 공연을 하기 위하여 계룡산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계시는 박사규 문주님을 찾아뵙고 상의를 드리고 故 김우세 선생님의 대금 가락을 배경음악으로 하는 진검무(眞劍舞)를 계획하였다.

후배가 대구에 살고 있는 관계로 연습 할 기회가 적어 대금 가락을 녹음해서 연습하는데 사용하라고 주었으나 박사규 문주님께서는 녹음테이프를 무시하고 무대에서 대금 가락이 나오는 데로 몸이 가면 된다고 하였고 또 그렇게 공연을 하였다. 검무자가 가락을 외워서 하는 형태도 아니고 대금 연주자가 춤사위를 외워서 가락을 맞추는 형태도 아닌 서로 다른 세계가 무대에서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그런 방법이 가능하였던 것은 대금 연주자나 검무 공연자가 아마추어가 아니고 내공이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락에 몸을 싫어 춤사위를 펼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가락에 맞추는 것도 수천 번의 반복적인 연습에서 체득되어야 공연이 가능하고 어긋남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일정한 틀과 틀을 벗어나서 만나는 이치는 파괴가 아닌 조화로움이다. 그것은 보는 사람이 자연스러운 느낌을 얻기 때문이다.

무예(武藝)를 오랫동안 한 사람은 가락과 몸이 하나가 되어 굳이 생활과 공연을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 없을 것이다. 끊임없는 연습에서 몸으로 체득하는 몸짓은 생활이 곧 무대요 공연이며 표출되는 몸짓은 그것이 살수(殺手)의 무예인지 춤사위 인지 쓰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무예(武藝)에서 손과 발끝의 지향점이 무의식적으로 급소를 향할 수 있는 것만 보더라도 수천수만 번의 연습 속에서 손과 발끝이 눈을 뜨기 때문이며 더불어 내공이 쌓이면서 상대방이 옷을 입은 상태에서도 급소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몸으로 체득하였기 때문에 가능하고 눈을 감고서도 사물을 정확히 검으로 베는 이치와 같다.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몸은 구석구석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그것은 몸짓을 하는 사람 많이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머리로 외워서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것은 한 걸음도 걸어 보지 않고 머리로만 산(山)을 넘어가는 사람과 같다. 그런 사람이 많은 사회는 말이 많아지고 사소한 다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참된 이치를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 살아가는 것은 머리(頭)만 있고 발(足)이 없으면 가지를 못하고 입(口)만 있고 행(行)함이 없으면 썩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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