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마을에서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어른들이 무엇이 즐거운지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상여놀이에 열중하고 계셨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빈 상여를 메고 상여소리에 발을 맞추면서 온 동네를 다니는 모습이 꼭 잔칫날 풍경이었다.

상여놀이는 처음 만든 상여가 마을에 들어올 때와 호상인 경우 또는 발인하기 전날에 빈 상여를 메고 놀이마당을 벌였다고 한다. 이는 슬픔에 잠긴 상주를 위로하고 현세에서 이루지 못한 행복을 저승에서 이루라는 위로의 뜻과 더불어 우리가 죽어서 가는 길을 인도해주는 가마를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과 죽음과 친숙함을 보여주기 위한 교육적인 뜻도 놀이 속에 담겨 있었다.

이와 같은 상여놀이는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교육이 되었고, 동네에서 상여를 보관하는 상여집 등을 통해서 죽음은 늘 우리 옆에서 함께하는 것이라는 간접 경험을 하게 하였다. 요즘 시대로 말하면 일종의 임종체험관과 같은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본다. 임종체험관은 “언제 찾아올지 모를 세상과의 이별에 대비하고, 남은 삶을 소중히 가꾸자”는 뜻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임종체험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영정 사진 찍기와 유서쓰기. 입관체험 등이 있고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죽음이라는 문턱을 직접 체험하게 하여 살아 있음을 행복으로 여기고 더욱 적극적인 삶을 살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다고 한다.

먹고 살기가 풍족한 시대이니 만큼 임종체험관이라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지만 산 사람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한 시절에는 상여 하나 마련하는 것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것은 가난 때문이었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풍족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지금도 돌아가신 분을 상여로 모시는 것은 쉽지 않다.

몇 년 전에 어머니 돌아가시는 길을 상여로 모신 적이 있었다. 생전에 집에서 운명하고 싶다는 말씀에 따라 임종하기 전에 집으로 모시게 되었고 어머니는 마지막 가는 길을 가족들과 일일이 눈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는 떠나셨다. 어머니 가시는 길을 어떻게 모실 것인지를 의논한 끝에 아버지께서는 꽃가마로 모시고 싶다고 하였다.

“여자는 시집올 때와 이 세상을 떠날 때 두 번 꽃가마를 탄다고 한다. 평생 어렵게 살았던 만큼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꽃가마에 태워 보내시고 싶다”는 말씀에 따랐다. 꽃가마로 모신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상여를 메는 상여꾼을 모으기도 쉽지 않았고, 더구나 상여소리를 선창하고 상여를 안전하게 리드하는 요령잡이는 더더욱 모시기가 어려웠다.

상여꾼도 아무나하는 것이 아니다. 총각은 상여꾼에서 첫 번째로 제외 되고 아무리 힘이 장사라도 발걸음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은 상여꾼에서 제외된다. 왼발부터 시작되는 발걸음이 틀리면 전체 상여꾼들이 균형이 맞지 않아 힘들어지게 되고, 결국은 상여가 움직여 망자에게 실례를 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꽃가마는 인연을 맺어주는 길을 따라 사람을 인도하는 도구이며 이 세상과 인연을 다하고 돌아가는 길을 인도하는 제구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과 인연을 맺는 아름다운 삶을 축복해주는 도구이며 인간 세상과 인연을 다하고 하늘나라와 인연을 맺으러 떠나는 길을 인도해주는 가마이기도 하다.

연지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시집 왔던 날들이 어느덧 세월이 흘러 죽음에 이르렀고, 오던 길 뒤돌아 북망산천까지 다시 꽃가마 타고 떠나는 날 구슬픈 상여소리는 세월이 덧없음을 위로한다. 땅과 하늘이 꽁꽁 얼어 뒷골목 바람이 몹시도 시린 날 어머니를 모신 꽃가마는 길을 떠났고 아직도 돌아가신 것이 믿기지 않은 세월, 나도 그 길을 따라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먼 저 가 네  나 중 오 세 / 바 람 세 상  떠 난 다 네 / 물 질 세 상  그 런 거 요
  한 번 오 면  한 번 가 니 / 먼 저 간 다  별 차 이 요 / 나 중 온 다  먼 일 이 요
  정 든 님 도  잘 있 구 료 / 울 음 일 랑  맺 지 마 오 / 사 랑 한 다  말 한 마 디
  못 해 주 고  떠 난 다 네 / 한 번 가 면  오 지 못 할 / 하 늘 나 라  먼 곳 이 요
  태 어 나 면  시 작 이 요 / 죽 음 이 란  끝 이 던 가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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