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건만 한 몫을 바라보던 상인들은 낭패를 맛봤다. 그래도 대목이라고 없는 물건 없고 인근 일산, 부천 등에서 몰려온 상인들과 제수용품을 구입하러 온 주민들 사이에 벌어지는 흥정소리로 22일 북변5일장은 제법 시끌벅적하다.

시장통을 헤짚고 다니는 외국인들의 호기어린 모습도 이제 김포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에고, 이제 다신 사러오지 마슈” 자신을 ‘박씨’라고만 가르쳐준 생선가게 주인이 한 동양계 외국인에게 대뜸 민망한 소리를 해댄다.

그도 그럴 것이 대목잡겠다고 있는 놈, 없는 놈 다 싸잡아 나섰건만 불경기에 전에 같지 않게 손님이 뜸하다. 도로 싸가지고 갈 수도 없어 밑지고라도 팔아치우고 있건만 오히려 값을 깍아대는 통에 울화통이 터지더란다. 박씨는 외국인들이 더 ‘짠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문을 좀 남기려면 선물용 포장박스를 팔아야 하는데 손님들이 죄다 5~10개짜리 바구니에만 눈이 돌아가니 원…”

옆에 나무평상을 만들어 놓고 칼이며, 계산기며 만물상을 벌이던 한 상인은 아예 체념의 경지에 드러선 모양이다. “밥값은 했으니 이만 걷어야지 뭐”하며 평상아래 소주병을 입술로 가져간다.

오후 7시도 안됐건만 일찌감치 판을 걷고 모인 상인들은 벌써부터 구석자리에 술판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배추며 무 따위의 채소와 나물거리를 팔던 김연자(65) 할머니 “배추 한단에 천원때기 장사를 하고 있으니 이거야 기름값도 안나오겠다”며 “빌어먹을 정치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대뜸 정치인 탓을 해댔다.

북변장에 모인 상인들은 열이면 열 “작년 절반도 안 팔린다”며 불황을 실감하는 목소리다.
손님들의 장바구니도 대폭 거품이 빠진 모습이다.

파는 이나 사는 이나 갑갑한 명절맞이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시끌벅적한 북변장엔 그렇게 모락모락 삶의 냄새가 스쳐지나간다.

황인문 기자  im@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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