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정책 목표는 안전 먹거리 확보
농민ㆍ시민 농업정책의 주도자돼야

얼마 전 김포시 농정조직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농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후유증은 두 달여가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농업계는 물론 공무원 조직까지도 내부적인 불만과 혼란이 통합을 주도했던 사람들의 예상 이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혼란은, 농업계 스스로 준비된 통합이 아닌, 타의에 의한 결정된 통합이라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김포시 농업정책 방향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김포시 농업정책과 관련 시민들의 참여와 개입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업 생산의 목적이 생산자들만의 소득정책을 넘어 시민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들 스스로 보다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시에 요구 하고 제안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점점 축소돼가는 농업기반
일반적으로 농업의 가치는 먹거리와 홍수 방지, 산소 공급, 전원 제공 등 다원적 기능으로 정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농업 환경은 인적ㆍ물적 기반 모두가 사라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20여년 전 1천만 명이던 농민들이 300여만 명으로 축소되면서 쌀을 제외한 95%의 먹거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각종 개발로 인해 해마다 1만5천여ha의 농지가 농업 외 용지로 전환되고 있다.

김포도 마찬가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김포 농업은 다른 어느 농촌보다도 빠르게 훼손돼 가고 있다. 민통선 지역인 월곶면과 하성면 일부를 제외한 전 지역 곳곳 마다 공장이 들어서 있고, 번듯한 농장에는 어김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농업인구 중 50세 이상 농가 경영주의 비율이 89%에 달한다. 결국 40대 이하의 젊은 농민들이 11%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김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영농교육 현장에는 70대 노인들이 주를 이루고, 밭 일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60~70대 할머니들이다. 다른 농촌 지역과는 달리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 김포지만 이들은 농사일을 하지 않는다. 주변 공장에 다니거나 가까운 서울, 인천 등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포농업이 다른 농촌 지역과 대별되는 결정적인 특징은 비싼 땅값이다. 대부분의 농촌지역 농지가 3만~5만원인데 비해 김포의 농지는 이보다 10배도 높은 가격을 형성 하고 있다. 그만큼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고 있지만 농산물 값은 오히려 타 지역보다도 낮은 값을 받고 있다. 탄탄한 작목반 등으로 집단화하여 농사기술과 물량으로 가락시장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농업 중심지역과는 달리 김포는 쌀과 포도 등 일부 농산물 외에는 큰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개별화돼 있기 때문이다.

농사지은 소득으로 농지를 구입하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대규모 농산물 생산 단지 확보가 어렵게 되면서 일반적인 김포 농산물의 경쟁력은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나마 남아 있는 농지도 생산용지보다는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만 인식되고 있어 김포의 농업 기반 축소는 점점 더 가속화 될 것이란 지적이다.

시시각각 개발압력, 보호받지 못하는 농업
김포의 가장 큰 농업적 과제는 각종 개발로부터 농지를 보호하는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농민들이 농지를 처분해 재산 가치를 증식하려는 것을 방지하려면 농업을 통한 소득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부재지주들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가 타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막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시 차원에서 지역에 따라 개발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타 지역 농민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위화감 등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개발이 제한되고 있는 월곶면과 하성면의 농민들이 타 지역 농민들에 비해 상당 부분 재산상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 현실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이들 지역 농민들은 개발과 관련 시의 정책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농지를 통한 재산 증식의 기회만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개발 지역 농민들이 보상을 받은 돈으로 당장 개발 계획이 없는 싼 농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이들 지역 농민들이 겪는 위화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김포지역 대부분의 농민들이 시의 지역개발 정책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부동산 업자나 공무원들의 동태를 시시각각 살피고 있는 것이 현재 김포농업이 처한 현실이다.

쌀대란, 통상정책…농가소득 하향세 지속
이러한 김포농업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농업을 통한 소득을 보장 하는 것 뿐이다. 그래야만 농민들 스스로 농지 투기 세력화 하는 것을 제제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은 시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개방농정으로 인한 수입농산물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 차원의 농민 소득 창출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정부의 농업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요구하고 제안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농업정책은 공산품 수출을 위해 농업을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그 결과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녹색혁명을 일으키며 주곡인 쌀의 자급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어 냈지만 이 또한 과거의 화려한 역사로만 기록될 처지에 놓여 있다. 쌀이 남아돌면서 쌀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쌀대란은 올 가을 최고 50%까지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쌀이 남아돌면서 쌀값은 떨어지고, 여기에 흉년으로 생산량까지 줄어들면서 농민들의 소득은 더 떨어지고 있다.

쌀대란의 현상적인 원인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중단된 쌀대북지원 물량이 그대로 재고로 남아 있기 때문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의무적으로 쌀을 수입해야만 하는 국가적인 통상정책 때문이다. 현재의 쌀대란은 정부의 개방농정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 긴장 정책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농산물 자급률 5%에도 개방압력 공세
지난 12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G20 세계정상회의가 폐막됐다. 그동안 식량자급 마저 포기 하면서까지 수출산업을 위해 매진해 온 정부가 이번엔 의장국으로 세계정상들과 함께 서울 한복판에서 보다 더 많은 개방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6.25 전쟁을 겪은 후 미국의 원조로 연명하다가 기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녹색혁명으로 쌀 자급을 이루어 냈지만 이후 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국내 농산물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하나씩 포기해 온 것이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핵심이다. 그 결과 현재 쌀을 제외한 농산물의 자급률은 5%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며, 결국은 주곡인 쌀 시장마저 내어 줄 처지에 놓여 있는 게 우리나라 농업의 현주소다.

개방농정의 역사
1948년 1월23일 선진국들이 모여 자유무역을 목적으로 GATT를 창설했지만 농산물을 포함한 1차 상품에 대해서는 자연적, 생태적 특수성과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감안하여 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농업 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강대국들의 끊임없는 요구로 1986년 9월, 다자간 협상에서 농산물도 협상대상에 포함시켰다. 즉 1986년부터 시작된 우르과이라운드(UR) 협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농산물 자유무역에 대한 협상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개발도상국들의 저항으로 난관을 겪다가 1994년 모로코에서 최종 협정문이 조인되면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완전 타결됐다. 본격적 협상 시작 8년 만이다.

세계는 WTO 시대로 접어들었다. UR 타결과 함께 그동안 개별적 품목으로 진행되던 농산물의 수입이 관세화로 전환되면서 전체 농산물로 확산됐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의 저항으로 주곡인 쌀은 개도국지위를 인정받아 예외 품목으로 규정되면서 별도의 협상을 진행했다. 주곡에 대한 개방 시간의 유예는 10년이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04년, 또다시 재협상의 시기가 도래했지만 이때까지도 WTO협상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정부는 또다시 10년간의 개방 유예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 의무 수입 물량을 상향 조정하면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 후 또다시 10년(2014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WTO는 아직도 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의 강력한 반대로 협상 타결의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WTO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세계 각국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FTA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04년 4월1일부로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2010년 현재 15개국과의 FTA 협상이 마무리돼 발효된 상태이며 이미 타결돼 국회 비준만 남은 FTA도 29개국에 이른다. 또한 현재 11개국과의 FTA가 진행중에 있으며 중국, 일본 등 9개국과의 FTA도 준비 중에 있다. 바야흐로 FTA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UR, WTO와 마찬가지로 FTA 협상 또한 농민들로부터 만만치 않은 저항을 받고 있어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와의 FTA 협상은 정부간 타결에도 불구하고 국회비준 과정에서 많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표 <우리나라 FTA 추진 현황. 자료= 농촌진흥청>

농업계 스스로 힘 키워야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지만 이 또한 우물을 팔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부의 농업정책이 농민들과 반하는 방향으로 진전돼 온 것도 농민들의 영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요즘도 전국적으로 해마다 20만명의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방법으로 농민들의 힘을 키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김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시민의 10%도 안 되는 농민들이 시의 농업정책을 이끌어가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 결과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정부의 농업정책이 그러하듯 농업 중심지역의 지자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농업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오히려 지역개발의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더 적극적인 농업인들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갈수록 환경과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보다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학교급식과 로컬푸드 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께 농업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단순한 경쟁적 관계를 넘어 안전한 농산물을 위한 공동운명체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소비자들이 생산자뿐만 아니라 농정당국에도 안전한 농산물이 생산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제안해야 한다. 그러려면 농민들 스스로 기존의 타성과 소극성을 벗고 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농민과 시민들이 함께 농업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시민들도 농업정책에 적극 개입해야
농업 생산의 최종 목적지는 소비자다. 따라서 소비자들도 안전한 농산물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에 요구해야 한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보다 엄격한 원산지 표시를 감독하도록 요구해야 하고, 보다 더 많은 김포 농산물이 관내에 유통되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한 농민들이 편법으로 농축산물을 생산 하지 않도록 정책 당국에 지원을 요구해야 하고, 농민들과 함께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방해 되는 요소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또한 개발 업자들의 난개발로 인한 전원공간의 훼손을 방지하고,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들이 안전농산물의 생산에 방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극적인 농업정책으로 살기 좋은 김포 만들어야
정부의 목적은 시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있는 만큼 시민들의 안락한 휴식공간과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농업적 생산을 당장의 돈으로만 비교하여 농업에 투자하지 않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것은 산에 가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보다 더 적극적인 정책과 예산 지원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한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해 먹거리 생산 환경과 시민들의 정주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 환경을 훼손한 뒤 또 다른 인위적인 자연 환경을 조성하는 게 지역개발의 현주소가 되고 있다. 4대강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훼손된 자연은 인위적으로 회복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아파트를 지은 뒤 정원을 만든다 해도 자연적인 환경과는 비교될 수 없고, 미끈하게 빠진 수입농산물이 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보다 좋을 수 없다.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다는 신토불이와 지역 시민들과 함께 하는 로컬푸드 운동이 정책적으로 뒷받침 될 때 김포 농업의 희망이 되살아나면서 살기 좋은 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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