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신 사랑해’, ‘여보 잘자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이혼 사유인 부정행위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혼 사유를 확대 해가는 법원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판결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사한 판례들은 이전에도 있어 왔으므로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수시로 은밀한 채팅을 한 경우, 밤늦은 시간까지 휴대폰으로 통화를 주고받은 경우 등에 있어 법원은 이혼사유에 해당된다는 판결을 해 온바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예외적이긴 하지만 ‘혼인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까지 나오고 있다. 남의 가정사에 시시콜콜 법원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의 전환으로도 보인다.

남편의 부도로 인해 채권자들로부터 강제집행이 들어오는 것을 피하려고 형식적으로 이혼해 두는 이른바, ‘위장 이혼’에 대해서 법원이 유효한 이혼의 성립으로 판시하는 것도 이러한 취지다.

그러나 법원에도 고민은 있다. 부부들이야 자기들 뜻대로 이혼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자녀들이 받을 상처는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자녀들이 있는 경우는 이전보다 법원의 관여가 더 깊어지고 있다.

먼저, 법원에서는 이혼 당사자들인 부부에 대해 ‘자녀 치료’교육을 수차례 받게 하고 있다. 또 부부에 대한 심리검사를 실시해 이를 양육권자 결정의 기초자료로 사용하고 자녀들의 면접 기일에는 아이들이 부모 중 누구를 진정으로 원하는 지를 판사가 직접 참관하여 결정하기도 한다.

또 협의이혼의 경우 부부들이 양육권자를 협의해서 결정하여도 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직권으로 양육권자를 변경하기도 한다. 양육권자를 부부가 아닌, 제3자로 정한 사례도 있다.

최근 도입된 ‘이혼 숙려제’가 부부들의 성급한 이혼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무적으로 보면 이러한 취지가 아니라 어린 자녀의 복리에 중점을 두어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부부가 원하면 이혼은 얼마든지 해 주지만, 자녀치료 교육 등을 성실히 받아  부모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해야 이혼할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 최근 법원 실무의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미성년 자녀들이 없는 부부사이의 이혼은 실무적으로는 더 간단해졌다고 볼 수 있다. 법원에서 이혼 사유를 폭 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죽어도 이혼만은 못 한다’고 하소연해봐야 재판부에 별로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성인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이혼하겠다고 하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이혼은 하고 싶은데, 재산분할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라는 당사자의 질문에 대한 법원의 답변은 이러했다. “그러면 기왕 오신 김에 이혼은 하고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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