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의 밀물 속에 난개발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는 김포땅에 이렇듯 심심하고 건강하게 버틸 수 있는 느티나무의 생존력은, 토양이라던가 햇볕 바람 수분 따위의 여러가지 조건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든든하게 뒤에서 감싸 안고 있는 수안산의 정기 때문이 아닐까? 이름 그대로 편안함과 건강함을 함께 지켜주는 수안산(遂安山)이 마을나무를 든든히 지켜주고 버텨주는 힘이 되고 있지 않을까싶다.

이곳 벽정1리 마을 주민들은 느티나무를 닮아서 풋풋하고 넉넉하며 인정이 넘친다. 그들은 늦별 아래 잠들고 새벽이슬 떨구는 아주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지난 주일, 이 마을을 지나던 어느 시인이 이 느티나무를 보자 큰절을 올렸다. 그 노시인의 안목을 어찌 알랴만 푸를 청청 잘 생긴 느티나무의 모습이, 세월 묻은 위엄과 기품, 성성하게 뿜어내는 기(氣) 때문이 아니었을까.

소나무가 조선시대 문화라면 느티나무는 그 이전 문화다. 옛 양반들은 느티나무재목으로 집을 짓고 느티나무 가구를 놓고, 죽을 때는 느티나무관을 썼다고 한다. 가히 느티나무의 품격을 알만하다.

오늘도, 560년의 기나긴 역사를 함축한 느티나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오는대로 부는대로 다만 그 자리에 그렇게 여여할 뿐이다.

때때로 느티나무를 바라보는 날. 나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이글은 대곶면 대벽리에 사는 이명숙 님이 ‘느티나무(槻木)’라는 제목으로 보내오신 글입니다. 이명숙님은 양곡리 고단마을이 고향입니다. 고향마을이 수용되고 어릴 때부터 친숙한 이곳 벽정리 마을을 삶의 공간으로 선택하셨습니다. 이명숙 님이 칭송한 마을 느티나무는 김포시 보호수 74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독자님들의 생활 글과 사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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