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절부터 사진을 즐기던 그는 병상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 석청을 구하러 히말라야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1년에 4~50일씩은 카메라를 들고 히말라야를 찾았다. 히말라야의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이끌려 해마다 내딛은 그 발걸음이 올해로 18년째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히말라야 여행과 사진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가 되어버린 그에게 히말라야 여행기를 들어보았다.

그의 이번 여정은 네팔의 주팔을 시작으로 줌나, 라라의 커다란 호수를 한바퀴 돌아, 시비콧 등을 거쳐 티벳 국경까지 이른다. “다른 사람들은 잘 찾지 않는 희귀한 코스라 사전 정보도 거의 없이 출발했습니다. 게다가 주팔에 도착하고부터 이틀 내내 비가 내렸지요. 4500m 고지에 다다르자 눈이 무릎까지 쌓이고 기온은 영하 25℃로 떨어져 더 이상은 가기가 어려운 그곳에 캠프를 치고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5,115m 고지 까그마라까지 올라가고 싶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쌓인 눈이 점점 많아져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지요” 이렇게 그의 험난한 히말라야 여행은 시작됐다.

“이번 여행에는 짐꾼과 가이드 총 20명, 말 16마리가 동원되었습니다. 마치 기마부대 같았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한꺼번에 다니는 것은 아니고 구간마다 사람과 말이 바뀌지요. 가이드는 현지인으로 먹을 수 있는 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으로 고용했습니다” 현지인 가이드와 대화는 잘 통하냐는 질문에 그는 “마티마티”, “딸라딸라” 면 거의 다 해결된다고 한다. “마티마티는 위로 올라가자는 뜻이고 딸라딸라는 아래로 내려가자는 뜻입니다. 이 두 마디면 오르막과 내리막뿐인 험산 산에서는 거의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하지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뷰포인트로 가기 위해서는 3일내내 오르막만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대로 3일 내내 내리막만 내려가는 경우도 많지요.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어디로 가야 좋은 사진이 나올지 감이 잡힙니다. 그렇게 어렵게 올라간 뷰포인트에서 풍경들을 바라볼 때면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습니다.”

뷰포인트에 오른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풍광을 감상한 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해의 방향을 고려하여 각종 카메라들을 세팅하여 촬영한다. 그리고는 작은 돌탑을 쌓기도 한다. “한번은 줌나에서 합류한 두명의 일행과 함께 산을 올랐는데 정말 험한 산이어서 다리가 후들후들 했지만 제가 그분들 보다 세 시간을 먼저 올라갔습니다. 촬영을 끝내고 돌탑을 두 개 쌓을 동안에도 일행이 도착하지 않아 기다리면서 돌탑하나를 더 쌓아서 세 개나 쌓았지요”

50세라는 나이에도 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비법을 묻자 여행 한 달 전부터는 거의 매일같이 문수산에 오른다고 한다. 고산지대의 극한 상황에서 여행을 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느냐고 묻자 그에게서 인상 깊은 답변이 돌아온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힘들다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으나 좋아하는 일이기에 힘들지는 않지요”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잘 씻지도 못하고 면도도 못하며 가족들 생각할 틈도 없을 정도로 몰입하는 그의 모습은 히말라야에서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닮아있다. “산속의 양치기 소년이 흥에 겨워 제멋대로 불러대는 노래들이 나름의 가락을 이루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타고난 개성 그대로 흥겹게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은 모두가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산에 사는 아이들에게 카메라나 비디오카메라를 들이대면 자연스럽고 가공되지 않은 표정이 저절로 배어나옵니다.”

“네팔에는 화학비료, 농약이 없어요. 짐승의 퇴비를 거름삼아 농사를 짓지요. 길에서는 퇴비를 이고 다니는 아낙들을 흔히 볼 수 있어요. 그 퇴비 항생제가 아닌 약초를 먹고 사는 짐승의 퇴비이지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라난 곡물들은 비록 알갱이는 작으나 맛은 정말 좋습니다. 저는 히말라야에 가면 잡곡밥을 즐겨 먹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네팔에서는 양, 개, 사람이 모두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뜨끈한 온천이 콸콸 흘러나와도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아무나 와서 온천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도 한국에 돌아올 무렵 노천 온천을 즐겼는데 그동안 못 씻어서 낀 때가 한번에 벗겨졌다고 한다.

한 달 넘게 공기가 맑은 히말라야를 방랑하다 돌아오면 한국의 공기에 적응하는데 만도 일주일은 걸린다는 그의 순수한 발걸음이 앞으로도 건강하게 계속되기를 바래본다.

이가현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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