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두꺼비가 산다는 달님을 한강 해맞이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보았다. 차가운 기운이 천지를 맑게 해주는 한강변 둑길을 따라 가면서 아침에 커다랗고 둥그런 달님의 환한 모습을 본 것은 행운이다.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는 달님을 먼저보고 곧 해님을 보게 되는 아침은 특별하다. 운양리 용화사에서 하성 가는 길이 정체가 되어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많은 사람들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불꽃놀이가 유리 창 밖으로 보인다. 불꽃놀이를 차안에서 보게 되는 것도 색다르다. 행사장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풍등(風燈)이 오르기 시작했다.

풍등을 중국에서는 공명등(孔明燈)이라고 한다. 제갈공명이 적들로 하여금 별자리를 오인하게 하기 위해서 밤하늘에 등을 올렸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대만에서는 복을 빌기 위해서 하늘로 올린다고 해서 천등(天燈)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군(軍)과 군 사이에 신호 연락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경인년 아리수 강변에서 올리는 풍등은 하늘로 오를수록 기류를 타고 김포방향으로 움직이고, 풍등에 담은 각자의 소원은 빛이 되어 천지공간을 소통할 것이다.

아쉽게도 타고(打鼓)는 듣지 못했다. 아리수에 울리는 타고의 의미를 생각한다. 타종과 타고는 유래가 있다. 타종은 새벽에는 33회를 치고 저녁에는 28회를 친다고 한다. 범종의 소리 의미는 지옥으로부터 28천의 천상계와 색계 육천에 속해 있는 33천의 천상계의 천신들도 깨어나서 마음을 깨우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타고는 가죽을 둘러쓰고 태어나 본능대로만 살아가는 아둔한 몸을 지닌 중생들을 깨우치게 하는 의미라 한다. 한강 해맞이 행사의 타고는 천지인(天地人) 즉 하늘과 땅과 사람에게 경인년 새해를 알리고 시민들의 무병장수와 한민족의 평화를 기원하는 울림으로 아리수를 타고 하늘로 올랐을 것이다.

소원지 태우기 행사장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모인 해맞이 터에 온기가 흐른다. 시민들의 소원을 적은 한지는 어른 키보다 높게 쌓인 세 개의 단 위에 4층 높이의 줄이 되어 내려져 있었다. 단으로 쌓인 나무는 월곶면 용강리에서 간벌한 참나무라고 한다. 용강리는 김포의 큰 강이요 바다인 조강의 숨결이 서려있는 곳이다. 조강과 문수산의 기운으로 자란 나무를 단으로 사용하여 시민들의 소원지는 더욱더 기운차고 깨끗하게 소지되는 불길이 되었다. 3천여 명의 소원지로 엮인 소원 줄은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불기둥이 되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경인년 호랑이해를 맞이하여 김포시 아리수에 호랑이 눈과 같은 해가 솟았다. 아리수의 표면은 눈이 녹지 않아 호랑이 등결 같은 빗살 모양으로 하얗게 펼쳐져 있고 해님은 그 위로 숨결을 드러내며 아리수에 붉은 길을 내었다. ‘한강 해맞이 행사’ 중에서 더욱 뜻 깊었던 것은 철책을 열어 강변에서 해를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평상시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김포의 한강이다. 철책 사이로 해를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역사를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경인년 첫날에 강변에서 보는 해는 마음이 뚫리는 기운을 주었다. 아리수에 솟아오르는 해는 아름다웠다. 천지자연에 고마웠고 추운 날씨에도 행사를 준비하느라 몇 날 밤을 지새웠을 김포시 관계 공무원들과 따뜻한 떡국을 마련한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김포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한강하구의 거점지역으로 삼국시대에는 국가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함께 한 곳이며, 산과 평야와 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풍요로움을 잉태한 곳이다. 김포는 한강하류에 위치한 특성으로 물이 풍부한 곳이며 예로부터 교통 중심지로 모든 문물이 서해안에서 김포의 조강을 거쳐서 한강을 따라 마포나루로 이동하던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해맞이 행사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 아무쪼록 경인년 새해에는 조상들의 높은 뜻이 발흥하고 김포가 새롭게 발전하는 시발점이 되어 모든 사람들이 만사형통하고 소원성취 하기를 소원한다.

2010. 1. 1.

정현채  mr@gimpo.com

<저작권자 © 미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