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산, 그 땐 더 높고 더 푸르렀었죠"
월남 참전 용사 "지금도 씩씩한 현역" 

"스물 아홉에 장가를 들고 지금까지 40년을 한 자리에서 살면서 일했지요. 20년은 쌀도소매업으로, 또 20년은 금은보석을 취급하는 사업을 하면서 고향을 지키며 살았죠. 남들이 자꾸 고향을 떠나니 나라도 지켜야지. 정말 친구들이 많이 떠났어요"

김포에서도 40년 한 자리를 지키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저요? 대한 항공에서 1년, 한독전자에서 12년 6개월 근무하고요. 지금 이 자리에 삼우쌀상회라는 간판을 걸고 쌀장사를 했는데 보리쌀, 밀가루, 소금 등을 취급했어요. 하루 2.5톤 물량의 쌀을 가져오면 차에서 다 내리기도 전에 다 팔릴 정도로 대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1층 위에 2층 짓고, 2층 위에 3층 지었어요. 40년 김포의 변화를 다 목격하며 살았지요"

1970년대 국가유공자가 된 김재은 대표, 월남참전경험은 그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지만 그 상처에 갇혀서 살지 않고 의연하게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왔다. 나라를 위해 눈과 손을 바친 그에게 정의감은 빼놓을 수 없는 신념이다.

"나라에 충성하고 자식들이 잘 되어 큰 딸 인선은 성균관대 약대 나오고, 둘째 인영은 중대 간호대 나오고, 아들 태회는 법원에 근무하고 다 감사한 일입니다. 당시 저는 월남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당했어요. 사이공의 야전병원으로 후송되고 필리핀 클라크통합병원 대구통합병원 부산통합병원을 다 거쳐서 의안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아직도 고엽제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싸웠던 젊음이 있었듯이 저는 지금도 옳은 일과 그른 일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사람입니다. 불의를 보면 못 참아요"

뚜렷한 국가관과 정의감으로 김포가 1만8천명이던 시절부터 마을의 이장으로, 또는 김포시이장단연합회 총무, 축협이사 및 대의원, 농협대의원, 김포초등학교기별회장 등 고향 김포를 지키며 발전시키는 일을 맡아서 봉사해왔다. 천주교인으로 돈독한 신앙생활을 위해 노력해왔다. ‘착한 아내’라고 소개하는 부인 손길순 여사와는 금보석을 함께 운영해오면서 열심히 사는데 최선을 다해왔다. 

‘북성산 맑은 향기’가 흐르는, 모래가 많고 소가 노닐던 곳이라는 뜻의 ‘사우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집에서 세든 사람에게 20년 동안 집세 한 번 안 올리고 인심 좋게 살아온 이다.

늘 스스로 고향을 지키며 오히려 복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산다. 평상시에도 항상 변함이 없는 사람으로 의리를 지키며 사는 것이 김재은 대표의 행복론이다.

"선후배간 의리있다는 것은 선배를 알아보고 후배를 알아준다는 거 아니겠어요? 순박하게 살아서 그런지 평생 사기를 당해보지 않고 산 것도 감사하고요. 2천6백평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소리 소문 없이 봉사하고 살면 행복한 거 아닌가요?"

김재은 대표가 생각하는 김포인심은 마음을 숨기지 않고 다 주는 그런 인심이었다. 작은 것도 나누어 먹고 행여 생일상을 차려 이웃과 나누던 사랑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논두렁 밭두렁 인심이 다 없어졌고, 일밥 얻어먹는 재미가 없어진 것도 못내 아쉽다. 그에게 저장된 김포의 북성산은 그래서 지금보다 더 푸르고 높은 기운찬 산이다.

"옛날에는 북성산이 더 높았더랬어요. 일제시대에는 적송이 그렇게 많았던 곳 아닙니까! 높이가 170미터이던 것이 120미터가 되었으니 다 깎아내려서 그런 겁니다. 늘 걸어서 소풍다니던 곳이지요. 북성산 정상에는 큰 소나무가 고목나무로 서 있어서 산 아래 마루에서도 보였어요. 안보차원에서 미사일 부대가 들어오고 미군 탱크가 주둔하게 되었던 것인데  그 나무를 신성시하면서도 그때는 군부대 들어서는 것을 왜 반대 못했었나… 우리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가가 북성산 맑은 향기로 시작되잖아요"

김재은 대표는 올해 61세이지만 늘 현역이다. 김포는 늘 변화하고 사람들이 많이 오겠지만 김포의 인심과 사랑만은 늘 흘러넘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젊은 마음으로 날마다 금보석의 문을 활짝 열고 성업중이다.

유인봉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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