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가공업체가 일방적 매입가격 책정”
가공업체 “재고쌀 가득, 밑지고 파는 상황”

전국적인 쌀 재고량 급증으로 쌀값 폭락이 현실화 돼가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 배를 탄’ 농민과 정미소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쌀 생산 농가와 쌀 가공업체간 갈등이 크게 불거지자 김포시가 중재를 위해 22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는 농민회, 전업농회, 금쌀연구회 등 농민단체협의회와 쌀 가공업협회 회원들이 대거 참석, 서로의 입장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벼 재배 농민들의 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 없이는 답이 있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날 지역 쌀 농가와 가공업체에 따르면 지역의 쌀 가격은 전국 쌀 가격 하락폭(8.6%)의 두배에 이르는 15%가 하락했다.

추석을 전후한 조생종 벼의 작년 매입가격은 김포농협RPC 20만5천원, 일반 정미소 19만5천원(80㎏ 기준)선이었다. 올해는 김포농협RPC 15만2천원, 일반 정미소 14만5천원으로 5만원 이상 뚝 떨어진 상태다.

이와 관련 농민단체들은 “비료값, 기름값은 해마다 폭등해 생산비가 올라가고 있지만 쌀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작년까지도 미질 좋기로 유명한 김포쌀가격이 전국평균 이하다”며 “지역내에서 조차 가공업체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매입가격을 정해 농민들을 골탕먹이고 있다”고 원성을 쏟아냈다.

하지만 가공업체들 역시 속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가공업협회는 “가격을 높게 책정해놓으면 쌀이 안팔린다. 정미소 곡간마다 재고량이 가득해 밑지고도 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미소마다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까지 손해를 보고 있다”며 억울해 했다.

김포농민회 유경수 사무국장은 “생산자단체끼리 이렇게 갈등이 빚어지도록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약이 오른다”며 “그 동안 쌀값 안정에 크게 기여한 대북 인도적 쌀 지원이 현 정부 들면서 중단돼 쌀 대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오는 29일 가공업협회의 만생종 가격을 협의하는 자리에 농민들도 참석해 의견을 수렴키로 하고 ‘답답했던’ 회의를 마쳤다.

이날 김포시에 따르면 지역내 작년 총 3만5천324톤 가량의 쌀이 생산돼 올해 7월1일 기준 6천55톤의 재고가 남았으나 ‘김포쌀 팔아주기 운동’을 추진 현재 1천740톤의 재고가 남은 상황이다.

올해 공공비축용 벼 매입은 신김포농협이 다음달 말까지 총 6천940톤을, 고촌농협은 11월 중순까지 2천660톤을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내 쌀 생산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벼 재배 농민들의 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황인문 기자  im@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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