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리빙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생각하는 라이프시대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신협도 지금까지는 경제생활을 중심으로 조합이 운영되었다면 앞으로는 조합원간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조합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사업을 확대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만난 신협운동1세대들의 공통적인 의식이고 또한 고민이기도 하다.

황치성(64) 김포신협 산악회 회장은 5년전 농촌지도소(현 농업기술센터)를 정년퇴임하고 고혈압에 시달렸단다. 이때 만난 것이 김포신협의 산악회였는데 그 이후로 등산마니아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매주 등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을 찾게 해주었고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 산악회에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황 회장에게 산악회자랑을 부탁했더니 산악회는 신협과 떨어뜨려 말할 수 없는 모임이라며 신협자랑부터 꺼낸다.

“만일 일반적인 산악회 모임이었다면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지 못했을 겁니다. 신협의 산악회는 단순히 개인의 취미와 건강을 위한 활동을 넘어 조합원으로써의 책임감도 느끼게 해주거든요… 특히 산행을 하다보면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 대화 속에서 세상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고 다른 사람과의 유대관계도 더욱 좋아졌어요, 전에는 내가 최고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긴 것 같고… 이 과정에서 신협의 덕목인 ‘더불어서 함께 사는 것’에 대해 그 의미를 알 것도 같게 되었습니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은 황 회장에게 있어 가장 바쁜 날이다. 정기 산행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보통 아침 6시에 출발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 등교준비와 남편 출근준비를 마치고 나면 아침을 굶고 나오는 회원들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회원들을 위해 떡을 준비하여 끼니를 때우게 하는 것은 산악회만의 작은 전통이란다.

출발 후에는 아침 일찍 나왔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 잠시의 숙면을 취하게 한다. 숙면 뒤에는 새로 나온 회원끼리 인사를 시킨다. 총회원이 560여명이기 때문에 모두 만날 기회는 좀처럼 없다. 따라서 매번 인사는 필수 코스다.

그리고 특별무대 하나, 바로 황 회장의 돌발 퀴즈 시간이다. 황 회장은 무료하기 쉬운 버스 안에서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곧잘 퀴즈를 낸다고 한다.

단골메뉴는 해당지역에 관한 퀴즈, 이를 위해서 미리 그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하는데 덕택에 집안에 책이 한 아름, 뒤늦게 공부에 재미가 붙었단다. 

당첨자는 회장의 특별 상금 1만원, 큰 돈은 아니지만 회장의 마음이 있는 돈이라 회원들 모두가 너도나도 퀴즈에 열성이어서 그게 고맙기만 하다.

9월초 김포신협 산악회는 매우 뜻 깊은 산행을 하였다.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민족의 성지 백두산을 다녀온 것이다.

모두가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생활을 벗어나 멀리 시야를 돌려보고 서로의 소통을 통해 회원 상호간의 유대관계를 높임은 물론, 자기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마련한 산행이었다고 한다.

예상과는 달리 회원들의 참여가 너무 높아 준비하는데 힘은 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고 한다. 더구나 보통 백두산 천지는 그 날씨가 변덕스러워 그 자태를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소문이 나 있는데, 산행 당일 날씨가 너무 청명하여 대단한 행운을 누리고 왔다고 자축을 하였다고 한다.

황 회장은 단체의 최고미덕은 단결과 화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포신협 산악회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산악회라고 자부한다는 것이다. 다만 단결과 화합이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신협의 조합원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책임성을 갖는 단결과 화합이라는 면에서 다른 모임과는 성격을 달리한다고 한다.

지난 1996년 창립한 김포신협산악회는 올해 13년을 맞이했다.

산악회를 통해 조합원이 얼마나 삶의 질을 높였고 조합발전에 얼마만큼 기여를 했는지 기자는 모른다. 그러나 틀림없는 사실은 이들은 어디에서도 신협을 자신의 조직으로 생각하고 신협발전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신협의 자산을 단지 숫자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악회는 제3의 신협직원’이라는 황 회장의 말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황 회장은 ‘여행이란 자기 내면의 지도를 따라 걸어가는 사색이 과정’이라고 한다. 사색의 계절 가을, 어느 작은 산등성이라도 좋으니 벗들과 함께 세상의 시름을 잊고 나만의 세계를 한번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심영섭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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