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600리 길을 걸으며’는 사단법인 지역문화전략연구원 대표 정현채님이 지난 7월29일부터 8월7일까지 안양-의왕-수원-평택-천안-차령고개-공주-부여-강경-함열-익산-부안까지 홀로 길을 걸으며 느낀 것을 기록한 글로 8회 분량으로 연재한다.
필자는 본지 필진으로 통진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지난 2005년부터 4년간에 걸쳐 총 90회 분량의 ‘정현채의 문화읽기’를 통해 지역 안팎을 넘나드는 문화길라잡이로 역할을 해왔다.

국도를 걸어가면서 한 순간이 얼마나 위험할까를 상상하면 갈 수가 없다. 인도가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갓길이 한 뼘 정도 밖에 없는 곳을 통과 하려면 긴장이 된다. 평택 시내에서 관광버스가 인도로 돌진하여 가로수를 동강네고 언덕에 박힌 모습을 보고 난 후에는 더욱 그렇다. 운전석 앞 유리창에 날아다니는 파리 한 마리 잡다가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킨 트럭 운전수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길을 가면서 가는 사람들만 보았듯이 잘못하면 영원히 가는 수가 상존하는 곳이 도로이기 때문이다.  
 
길은 사람에게만 위험한 곳이 아니다. 국도는 자동차에게는 걸림 없는 길이나 동물들에게는 무덤이 되고 있다. 마을을 돌아가는 국도도 이제는 옛날의 도로가 되었고 지금은 직선으로 산을 지나는 도로가 많다. 사람이 다닐 이유도 없고 오로지 자동차가 다닐 뿐이다. 이곳을 걸어서 가보니 마을에 있는 집들의 지붕보다 높은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도로 외벽을 높게 쌓은 곳도 있고 마을 뒷산의 높이와 평행을 이룬 곳도 있다.

길을 가면서 산 높이와 비슷하게 뚫린 국도에서 제일 많이 죽어 있는 것은 잠자리였다. 어느 곳에는 도로 외벽에 부엉이 종류로 보이는 새가 걸쳐서 죽어 있고, 도로에는 참새가 죽어 있으며, 한 뼘 정도의 턱을 넘지 못해 두더지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저렸다. 두더지는 자동차에 치어 죽은 외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도로 턱과 비슷한 산에서 떨어져 탈출구를 찾으러 시멘트 바닥을 기어서 가다가 말라 죽은 것으로 보였다.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에는 고양이 죽은 것은 많이 보았으나 이번처럼 잠자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동물들이 죽어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도로는 사람들에게는 편리하고 빠른 길이나 동물들에게는 죽음의 장벽이라는 것을 걷고 걸으면서 알게 되었다. 국도를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경우다. 죽어 있는 동물과 곤충들을 만나면서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동물들의 희생을 줄이고 서로 공존하는 길은 과연 없는 것인가? 다른 생명체의 희생 정도는 어쩔 수 없다는 사람 중심의 경제논리가 과연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인지 길을 가는 사람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사람의 길과 두더지의 길과 바람의 길과 물길에는 생명이 잉태하고 생명이 숨 쉬는 곳이다. 천지(天地)에는 그러한 자연스러운 길이 만 년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을 동강내서 장벽을 쌓고 갯벌을 메우고 물길을 파헤치는 것이 사람에게는 편리함을 주고 돈을 벌어주는 것이 된다고 하더라도 생명의 길이 먼저임을 통찰해야 한다. 내가 없으면 이웃이 없고 이웃이 없으면 내가 없듯이 동물은 없고 사람 많이 존재하는 곳에는 사람도 살 수 없다. 
 

사람 중심의 물길이나 땅의 길이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오고가도 못하는 길이 된다면 갈수록 생명의 길은 단절이 되는 방향으로 가중 될 것이다. 땅 한 평, 물 한길이라도 파헤치고, 직선으로 물길을 내고 다리를 놓고 도로를 내고자 한다면 수백 번 고민하고 자중해야 한다. 동물들도 사람처럼 그들의 길을 따라 살아가고 움직여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이나 식물원을 만들어서 먹이를 주고 재배하여 길들이는 것이 자연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인위적인 것은 자연적인 것만큼 사람의 정신세계를 건강하게 하지 못한다. 조그마한 물구덩이나 한줌의 흙에도 이미 생명이 깃들어 있는 둥지이며, 후손들과 다른 생명체들이 살아가야 하는 터전이다. 길은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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