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화학비료가격 안정화 방안 없나’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한 기원종 김포쌀전업농금쌀연구회장은 2005년 폐지된 화학비료 차손보전제도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학비료는 원료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값 상승과 환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62년~87년까지 농협을 통한 비료공급 후 판매가격의 차손액을 ‘비료계정’에서 부담 해왔다. 이후 90년 걸프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91년~2005년 까지 비료판매가격 차손보전제를 재도입 했다가 WTO 체제에서는 생산 보조금을 비급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2005년 차손보전제를 완전 폐지시켰다.

그러나 05년 정부의 화학비료 판매가격 차손보전 폐지 이후 가격이 계속적으로 상승해 왔으며, 08년의 비료가격은 07년 대비 102%가 급상승했다. 이로 인해 농업생산비가 가중되면서 농가소득이 07년 3‘196만원에서 08년 3,131만원으로 2.1% 감소했다.

원재료의 가격 인상과 환율 상승 등으로 비료 가격이 급상승하자 정부는 지난해 부랴부랴 예산을 만들어 비료가격 상승분의 80%를 농민들에게 지원했다.

그리고 2009년 1월 19일, 정부 일부 원자재의 가격이 내렸다며 비료값 4.3% 인하 발표를 했다. 그러나 농민과 비료 업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농민들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대표적인 탁상행정으로 규정했다. 농민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비료값은 올랐다는 것이다. 비료 업체들도 지난해 잠깐 원재료 가격이 내리다가 곧바로 다시 올랐으며, 환율도 정부가 기준 환율로 제시한 1,250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다며 비료값 인상을 주문했다.

정부는 2009년에도 비료가격 상승분에 대한 80%를 지원 하기로 하고 예산을 책정 했지만 정부와 함께 예산을 담당해 온 농협과 비료업계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비료값 지원 80%는 정부 40%, 농협 20%, 업계 20%의 비율로 부담해왔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이 뉴질랜드를 방문 하면서 농업보조금에 대해 오히려 농민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정책 이라며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 이어 5일에는 이 대통령을 수행하고 돌아온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이 농업보조금에 대한 발표를 하면서 화학비료를 지목했다.

따라서 이날 토론회는 강당을 가득 메운 400여 농민들 외에도 10여명이 넘는 농촌출신 국회의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하면서 시종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한나라당 송광호 최고위원(제천, 단양)이 주최하고 한국농정신문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승진 친환경농업팀장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창한 정책위원장이 각각 ‘정부의 비료가격 안정화 방안’과 ‘화학비료가격 문제와 안정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한 후 토론자들의 토론을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농협중앙회 김범래 부부장, 한국비료공업협회 이인건 전무이사, (주)풍농 류희진 상무이사, 한국농업경영인 김관배 정책실장, 김포쌀전업농금쌀연구회 기원종 회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정부의 비료값 상승분 80%지원이 농민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다며 본인의 사례와 주변 농민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통장 사본 등을 제시하며 조목조목 정부를 공박해 들어가자 농민들은 강당이 떠나갈 정도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기 회장은 또 지난해 자신의 15‘000평 농사에 사용한 비료 내역을 제시하며 “정부는 비료 가격이 내렸다고 발표 했지만 나에게는 올랐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송광호 의원은 “한나라당과 전농이 서로 정체성이 틀린데도 이렇게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농민들의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이라고 하자 농민들은 또다시 박수를 보냈다. 송 의원은 “현실성이 없는 정책은 꿈에 불과하다”면서 정부 정책의 일부 수정을 요구했다.

정부의 비료 정책은 친환경농업을 늘려 나간다는 방침하에 점차 화학비료를 줄이고 유기질비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에 대해 농민들은 갑작스런 정책의 전환으로 인해 농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충분한 경과 과정을 설치할 것을 주문했다.

김규태 기자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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