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자식들과 몇몇 주변 인사들로 인하여 일어난 사회적 물의'에 사과하고, 또한 `국정에만 전념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어제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한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이 엄정하게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해온 우리는 김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이를 수용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국민앞에 직접 나와 자신의 목소리로 사과하지 않고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뜻을 밝힌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과의 `내용'이 중요하지 `형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볼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은 국민 가까이서 고뇌하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김 대통령의 탈당을 둘러싸고 정략적인 결정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지금 상황이 온갖 비리와 부패문제로 뒤엉켜있는 상황이라서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라는 김 대통령의 설명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당적을 갖는 것 여부가 아니라 월드컵, 양대 선거 등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들을 취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의 마음을 분노와 허탈에 빠지도록 만든 여러 비리와 부패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쳐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기 전에 소속당을 떠나는 불행한 일이 결국은 일어나고 말았다.
대통령 주변을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불행과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 주변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더 근본적으로 권력에 기대어 한꺼번에 큰 돈을 버는 부정과 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는 등 철저한 제도의 개혁과 법을 어겼을 때 엄벌에 처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본 란은 기사제휴 약정에 따라 인터넷한겨레의 사설을 게재 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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