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농악과 함께 살았던 통진두레놀이 4대 윤덕현 상쇠가 돌아가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故윤덕현 기능보유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3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농악반을 만들면서부터다. 1993년도는 통진두레놀이가 무형문화재가 되기 사년 전이다. 당시에 학생동아리를 만들기에 앞서 교사 농악동아리를 먼저 꾸리게 되었다. 학생동아리는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으나, 교사동아리는 얼마 가지 못했다. 연습 장소가 없어 마송천주교 지하를 빌려서 몇 개월 연습을 하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뜻을 같이 했던 교사들이 그만두게 되었다. 아쉬운 시절이다. 그 당시는 교사들끼리 모이는 자체를 싫어하던 때다.

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은 독립운동을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농악을 하면 진위를 불문하고 무조건 전교조선생이라고 싫어하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음악과 문화를, 우리나라 학생들과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활동을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하고, 그 자체를 이상하게 보는 것 자체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학생 동아리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연습장소 뿐만 아니라 악기구입부터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개인이 좋아서 만든 것이지 지시에 의해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과는 차이가 많다.

그 시절에 윤덕현 선생님을 만나 학생 지도를 부탁하게 되었다. 당시나 돌아가시기 전이나 한결 같은 것은 성품이 온화하고 누구를 막론하고 가르칠 곳이 있으면 찾아다니시던 분이다.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주거나 대나무를 깎아 열채를 만들어 나누어주고, 꽹과리채를 만들어 선물을 하던 따뜻하고 소박한 분이었다. 1993년도에 경기도 학생대회에 처음으로 참가 했을 때의 일이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연습하는 도중에 학생이 꽹과리를 깨뜨렸다. 여분을 준비하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을 적에 선생님은 수원으로 택시를 타고 급히 나가 꽹과리를 사오시고 학생들을 다독여 주던 분이다.

오직 한길로 살아오시던 윤덕현 상쇠가 가시는 날 통진두레문화센터에서 노제를 지냈다. 필자는 통진두레 전수학교 지도교사로 교장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올리게 되었다. 노제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 분과 몸으로 함께 뛰었던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애절함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그분이 농악을 통하여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왔던 두레를 보존해야 하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통진 두레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읍민들과 김포시의 관심도가 높고 회원들이 보존하려는 열정이 많다. 명맥만 있는 곳에 비해서는 유지가 잘 되는 편이다. 그것은 10년 전 무형문화재가 되기 전부터 노력을 했던 통진 읍민들의 땀과 정성이 녹아 있고 회원들의 참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레를 보존하는 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원형을 변형시키지 않고 잘 보존하는 것이고, 하나는 보존을 바탕으로 활성화 하는 것이다. 보존에 있어서는 농악 실력이 있고 없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두레는 농악만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원은 농사과정을 알아야 하고 농사과정에서 나오는 몸동작과 농요, 농악 및 깃발 다루기와 소고 등을 배우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두레 회원으로서의 자격이요 자긍심일 것이다.

무형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두레보존에 대하여 염려되는 몇 가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참고 하자는 것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계보와 농악은 필자와 현재 조문연 후계자가 2006년과 2007년도에 마을을 다니면서 검증을 하였기에 논란은 없을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분란이 일어났던 요소는 후계자다. 후계자에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가락과 계보를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 잘못될 경우에는 두 패로 나뉘어 상대방에 대하여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있었던 사례들이다. 그래서 담당 기관에서는 아예 지원을 끊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통진두레에서는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두레를 처음 구성했던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나는 가락이다. 두레는 연희단체처럼 기능이 화려하지가 않다. 김포뿐만 아니라 전국이 마찬가지다. 농사를 지으면서 공연이 직업인 사람들처럼 가락을 연마한다는 것은 농사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두레 가락은 투박하고 단순하다. 회원 중에는 다른 지역의 가락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레보존에 따라야 한다. 통진 두레의 생명력은 다른 지역의 농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진 두레 농악에 있다. 영남가락이나 전라도의 우도 및 좌도 가락이 김포의 무형문화가 될 수 없는 이치다.

마지막으로 외지 사람들은 농악에 실력이 있어도 이곳에서 성장하면서 농악을 듣고 자란 사람들이 두레를 보존하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로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두레 사람들은 통진두레를 활성화 하고자 하는 뜻이 있다면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통진두레놀이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지 10년이 지났다. 이제 한번쯤은 그동안의 보존방식과 운영방식에 대하여 점검을 하고 분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레 발전을 위해서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두레정신으로 합심하여 평생을 농악과 함께 살아왔던 고인의 뜻을 잊지 않고, 더욱더 발전하는 통진 두레가 되어 공동체 도시문화를 형성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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