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가 2006년 자연사하면서 처리 과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었다. 결국에는 화장을 하고 유골함에 보관하게 됐다. 화장을 한 후에는 북한이 바로 보이는 애기봉에  묻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아직도 유골함에서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람도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 소(牛) 하나 죽었다고 장례를 치르고, 묘를 만들고, 동상을 세우느냐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진도에서는 진돗개 동상을 세우고 의성에서는 ‘의로운 소’라고 장례를 지내주고 동상을 세우는 것은 개나 소가 사람보다 못나서도 귀중해서도 아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어렵게 살았던 시절에도 말(馬) 무덤을 만들어 준 곳이 있으며, 동물을 위해서 축혼제를 지내는 곳도 있다. 그것은 우리문화의 속성이며 장점이다.

김포에는 자연사한 두 마리의 소가 있다. 하나는 ‘평화의 소’고 하나는 ‘두레 소’다. 두레 소는 통진두레놀이가 지방무형문화재가 되기까지 큰 역할을 했던 소다. 두레 소는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출연 이 후 사망하게 되고 장사를 지내주었다. 현재는 통진두레문화센터에 동상을 세워 청소년들의 교육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평화의 소는 1997년 유도에서 구출하여 농업기술센터에서 기르다가 2005년도부터는 자연사할 때까지 통진두레보존회에서 보살피게 되어 당시에 필자와 관계가 되었었다.

평화의 소가 죽기 전인 2005년도에 국사편찬위원 중의 한분이 두레를 조사하고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 두레 계보를 찾아야 한다는 것과 ‘두레 소’는 앞으로 교과서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귀중한 내용이라는 이야기다. 계보는 마을의 민속문화를 조사하면서 4대 100년에 걸친 상쇠를 찾게 되었으며, 그 내용은 2007년도에 발간한 ‘우리 동네 이야기’에 기록되어 있다.

국사편찬위원이 시골에 와서 ‘두레 소’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청소년들에게 교육적 가치가 크다고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평화의 소’도 마찬가지다. 평화의 소는 유도에서 구출 당시 언론매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유도는 한국전쟁 이전에는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던 섬이었고, 전쟁이 끝나면서 사람들이 살지 못하는 무인도가 된 섬이다.

그곳에서 지뢰로 발목을 다치고 김포로 구출되어 죽을 때까지 상처를 안고 살았던 소가 ‘평화의 소’다. 평화의 소는 그 후 제주도 우도에서 시집온 소와 결혼을 하여 죽기 전까지 7대손을 낳았다.

접적지역인 김포는 평화도시로 발전단계에 있다. 북한에서 떠 내려와 김포의 비무장지대에서 구출한 ‘평화의 소’는 평화도시 컨셉과도 맞물려 있는 문화자산이다. 그리고 ‘두레 소’와 ‘평화의 소’는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 소재로도 의미를 갖고 있다.

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전해지는 것이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이다. 우리 선조들이 주변의 풀 한포기와 나무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를 두고 어떻게 가꾸어 왔는지 생활문화를 살펴본다면, ‘평화의 소’를 지나가는 승용차에 치여 죽은 개구리정도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 남북통일의 상징적 의미로 김포시가 보살펴 온 ‘평화의 소’가 지난 2006년 5월29일 열여섯살의 나이로 폐사했다. 사진은 건강했던 2005년 5월경의 모습.

정현채  mr@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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